북한 특수부대 DMZ 야간매복 급증 … GP 습격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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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전 중동부 전선을 관할하는 강원도 화천군의 최전방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한 GP(Guard Post·경계초소)와 GOP(General Outpost·일반전초)의 열상감시장비(TOD)에 발열물체를 나타내는 흰색 점이 동시에 포착됐다. 이 점은 철책을 따라 휴전선 일대를 서서히 움직였다. 해당 초소는 물론이고 사단의 후방 부대들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출동 준비를 했다. 똑같은 상황이 지난달 25일에도 있었다. 군 당국은 ‘점’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아 아직은 미확인 물체로 판단하고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2일 “휴전선 일대에서 고라니 등이 사람처럼 보여 비상이 걸리곤 하지만 동물로 보기엔 속도가 너무 느렸고 정찰속도와 비슷했다”며 “최근 북한군이 예년과 달리 야간에 철책 안으로 매복조를 투입시키고 있어 ‘점’의 정체가 북한군 매복조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복조는 통상 철책 안에서 1박2일 작전을 펼치다 사라지지만 2박3일간 머물기도 한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군의 침투에 대비해 주야간에 순찰을 돌거나 철책 안으로 병력을 투입해 정찰 활동을 한다. 그러나 북한군이 철책을 넘어 휴전선 인근까지 접근해 매복작전을 펼치는 건 최근 들어 나타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매복조는 철책을 담당하는 부대가 아니라 철책 후방의 특수부대 요원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부·중부·동부 전선 곳곳에서 동시에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부표(해상말뚝)를 설치하거나 최신 파도관통형 고속함정(VSV)을 배치한 북한이 해상에 이어 휴전선 부근에서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군 최전방 부대들은 지난해 한국군의 GP와 유사한 건물을 만들어 이를 점령하는 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한다. 최전방 철책을 보수하거나 지뢰를 가설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을 앞두고도 매일 NLL을 넘으며 긴장을 고조하다 기습공격을 감행해 최근 북한군의 매복조 투입이 단순한 경계나 훈련 차원을 넘어 GP습격 같은 도발을 염두에 둔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육지에서 도발 시엔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군의 시선을 흐리려는 움직임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군 관계자는 “육지에서 이상동향을 보여 우리 군의 시선을 붙들어 두면서 실제론 해상도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