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노예 어부 생활하다 마침내 어머니 품에…24시간 내내 일한 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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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고기잡이 배에서 노예 생활을 했던 미얀마 남성이 마침내 가족 품에 안겼다.

주인공은 민트 나잉(Myint Naing). 집을 떠났을 때 18살이던 청년은 어느덧 마흔이 됐다.

나잉은 미얀마 노예 선원 중 한 명이었다고 AP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 팔려온 사람들이 노예처럼 계속 일하는 어선 조업이 문제가 되어 왔다.

일례로 태국은 20만명의 외국인 선원들을 고용했으나 대다수는 브로커에게 속아서 배를 타거나 납치된 사람들이었다.

"식탁에 올라오는 수산물이나 고양이 사료 등에 쓰이는 생선은 대부분 이 미얀마 노예선원들이 잡은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지난 93년, 민트 나잉의 집에 브로커가 찾아올 때만 해도 그는 가족과 이렇게 생이별할 줄 꿈에도 몰랐다.

나잉의 집안에서는 돈이 필요했다. 가족을 먹여살리자는 일념에 나잉은 배를 탔다.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실때 집을 나오는 바람에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장은 나잉에게 "너희 미얀마인들은 절대 집에 못 가게 될 것이다"며 "너는 이미 팔렸고 누구도 널 구하지 않을 것이다"고 위협했다. 한 달에 10달러를 받고 일하는 비참한 생활이 이어졌다. 24시간 연속으로 잠도 재우지 않고 내리 일하는 날도 있었다. 노동의 댓가인 월급을 못 받는 경우는 허다했다.

노예어부 생활을 견디다 못한 그는 탈출을 두 번이나 감행했다. 도망치려던 그의 머리를 선주가 헬멧으로 내리쳐 크게 다친 적도 있다.

그러나 신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2011년 인도네시아 도보 섬에 다다른 그는 자신과 비슷한 미얀마 선원 출신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찾게 됐고 결국 40살이 되어 고향인 미얀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민트 나잉은 "절대 미얀마를 떠나지 않겠다. 죽어도 미얀마에서 죽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월에도 미얀마 출신 노예 선원 320여명이 구출되면서 이들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엔은 전세계적으로 노예 무역에 종사하는 이들이 2700만~30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사진설명
1.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는 민트 나잉
2. 22년만에 가족과 만난 미얀마 남성. 출처-AP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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