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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228억 가치 기술이전 … 76년 실용학풍 꽃 피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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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실천, 실용학풍’…. 한양대학교를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한양의 76년 역사를 있게 한 원동력이자 정체성이다.

한양대 공과대학 차세대비휘발성 메모리 사업단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아래
사진은 하랄트 보홀테 바스프 부사장(사진 왼쪽)
과 이영무 한양대 총장이 지난달 2일 박막 증착기
술 독점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서명한 후 기념 촬
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양대]

 한양대의 역사는 국내 최초 사립 공과대학에서 시작한다. 설립자인 고(故) 백남 김연준 박사는 “‘전문쟁이’를 양성하는 기술교육이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기술보국(技術保國)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한양대의 실용학풍으로 이어졌다. 한양대는 산업화와 현대 기술경영 시대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이 됐다.

 실용학풍은 학문연구에 매진하는 교수들의 연구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성과는 ‘기술이전’이다. 기술이전은 대학에서 연구한 기술을 기업에 파는 것을 말한다. 대학에서 매년 발표되는 수많은 논문의 연구결과 가운데 사업성이 있는 기술은 특허 등을 통해 대학의 지적재산으로 만들게 된다.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이 특허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초기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기업은 특허를 구매할 때 초기자금 외에도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추가로 경상로열티(Running royalty, 이용한 정도에 따라 실시료를 정하는 방식, 실시권자에겐 유리하지만 허락자에겐 불리하므로 비독점적 권리를 허락할 때 사용)를 대학에 지급하게 된다. 한양대는 2006~2013년 동안 기술이전 누적실적을 약 228억원 기록해 전국 대학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양대 관계자는 “이것은 한양대 연구 성과가 곧 사회에 필요한 기술이고 그 기술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에 기술이전=최근 한양대는 독일계 바스프(BASF) 코팅 사업 부문(Coatings division)과 박막 증착(thin film coating) 기술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은 성명모 한양대 화학과 교수의 주도 아래 새롭게 개발됐다.

 성 교수는 유무기 박막 기술(Organic-Inorganic Thin Film Technology) 분야에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양대는 새로운 박막 증착 기술에 대한 국제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바스프는 해당 기술의 산업적 가치를 인정해 한양대로부터 독점권을 취득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양대는 바스프에 전 세계를 범위로 한 독점 라이선스권(exclusive worldwide license rights)을 양도했다.

성 교수와 바스프 코팅 사업 부문은 향후 수 년 동안 공동연구를 통해 유·무기 박막 기술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번 체결식에서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새로운 박막 증착 기술은 바스프 신사업 개발(New Business Development) 사업부문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함과 동시에 확대했기 때문에 바스프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고급 패키징, 플렉시블 전자기기, 박막 태양전지(thin film solar cells)에 사용되는 유연기판(flexible substrates)의 기능성 코팅(funcational coating) 등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와 아시아 지역 내 우수 대학과의 협력을 구축하는 바스프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2015 산학협력 선도대학 평가결과에서 우수성 인정 받아=지난 5월 21일 교육부·한국연구재단·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15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연차평가 및 신규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선정 결과는 2단계(2014~2016년) LINC 참여 대학으로 진입한 4년제 대학 총 55개교를 기술혁신형과 현장밀착형 유형별로 ▶매우우수(13개교) ▶우수(29개교) ▶보통(13개교) 등급으로 구분해 평가했다. 이 중 기술혁신형 부문에서 한양대ERICA캠퍼스는 ‘매우우수’ 등급을 받았다. 서울캠퍼스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한양대는 ‘매우우수’ 등급을 받은 성균관대와 함께 LINC 육성사업의 기술혁신형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3년 연속 최고점을 받았다.

 ERICA캠퍼스는 ‘지속가능한 현장실습 운영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재 ERICA캠퍼스는 전공 직무능력 함양을 위한 현장실습 프로그램 ‘선택형 4+1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가 매칭한 기업에서 6개월부터 1년까지 학생의 현장실습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실질적 업무능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취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기제 장기현장실습이다. 이에 대학은 학생의 해당 학기 등록금을 면제하고 참여 기업에서는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지급한다.

 ERICA캠퍼스는 4년의 학위 과정 이외에도 별도의 인턴제 현장실습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총 32명(1학기 10명, 2학기 22명)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서울캠퍼스 또한 실용인재 양성과 기업체의 니즈에 맞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현장실습 프로그램 ‘HY-WEP(HanYang Work Experience Program)’을 운영 중이다.

HY-WEP은 단기과정(하계 및 동계방학 중 8주)과 장기과정(각 학기 중 16주)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캠퍼스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양대 측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과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시행 초기인 2012년엔 참가 학생이 301명에 그쳤지만 2014년 2학기와 겨울학기에는 592명으로 증가했다. 참여 기업도 2012년 128개 기업에서 2014년 260개로 많아졌다. ‘취업률’을 비교하면 프로그램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2014학년도 기준 전체 학생 취업률은 58.7%인 반면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86.6%에 달했다.

 이번 평가·선정 결과로 한양대 ERICA캠퍼스와 서울캠퍼스는 향후 최소 33억 원에서 최대 60억 원(대학별 차등)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기술혁신형 부분 매우우수 등급은 ERICA캠퍼스를 비롯해 성균관대·영남대·전북대 등 모두 4곳이 받았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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