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최측근 '금강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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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희정(安熙正).염동연(廉東淵).이기명(李基明).이강철(李康哲).

모두 '금강팀'이라 불리던 노무현 대통령 대선캠프(자치경영연구원)의 핵심들이다.

금강은 자치경영연구원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서 따온 이름. 그러나 盧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노무현 사람들이 지금은 하나같이 상처를 입고 벌써 '권력무상'을 맛보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가장 영향력이 막강할 취임 1백일 만의 현실이다.

당시 廉씨와 安씨는 각각 자치경영연구원의 사무총장.국장을 맡아 조직과 살림을 이끌었고, 이강철씨는 이사를 맡아 대구지역의 조직을 챙겼다. 이기명씨는 후원회장으로 캠프에 상주했다.

이들과 청와대 이광재(李光宰.당시 기획실장)국정상황실장.윤태영(尹太瀛.당시 홍보팀장)대변인, 윤석규(尹碩奎.당시 상황실장).유종필(柳鍾珌.당시 언론특보)씨 등이 이인제(李仁濟)대세론을 잠재우고 '노풍'(노무현 바람)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그러나 安씨는 나라종금 사건으로 두차례나 검찰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상처를 입었다. 安씨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갔다. 이 사건으로 구속수감된 廉씨는 현재 구치소에 있다. 이강철씨는 신당 추진 과정에서 '신당행 배제 5인방'발언을 해 설화(舌禍)를 입고 당내 입지가 위축돼 있다. 그를 민주당 대구시지부장 직무대행에 임명하기 위한 동의안은 구주류의 반대로 당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기명씨는 용인 땅 거래 의혹으로 게이트 정국의 핵심이 됐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윤석규.유종필씨는 盧대통령 측과 발길을 끊고 독자적으로 총선 출마(尹씨 경기 안산, 柳씨 서울 관악을)를 준비 중이다. 권력 핵심에 진입하지 못하고 외곽에서 겉돌고 있다. 李실장.尹대변인 등 청와대 386비서관 일부만이 당시 캠프원 중 건재한 양상이다.

당초 계획은 장밋빛이었다. 집권 후 이들이 청와대와 당으로 갈라진 것은 일종의 역할 분담 차원이다. 양쪽으로 흩어져 각기 자치경영연구원 인맥을 확산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염동연.안희정.이강철.이기명씨 등의 구속.구설.의혹사건 연루 등으로 한 축이 무너졌고, 모든 구상은 헝클어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당쪽으로 간 사람들만 타격을 입었다.

청와대 386 비서관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치다. 내년 총선출마를 희망하는 한 청와대 386비서관은 "당으로 되돌아가도 기댈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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