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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유럽 기종 ‘하늘의 주유소’… 가격·성능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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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는 공중급유기로 한국 공군이 에어버스사의 A-330 MRTT(4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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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4881억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는 대형사업의 입찰엔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 외에 미국 보잉사(KC-46A),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MMTT)이 참여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간 노후 전투기 교체를 위해 추진한 공군 차기전투기사업(FX 1차 40대, FX 2차 21대, FX 3차 40대)에선 각각 보잉의 F-15K(1, 2차)와 록히드 마틴의 F-35(3차)가 선택을 받았다. 모두 미국 기종이었다. 라팔(프랑스)·유로파이터(EADS) 등 유럽산 항공기는 세 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날도 미 공군이 사용할 예정인 보잉의 KC-46A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방위사업 비리의 여파로 기종 선정 과정에서 ‘성능’이 승패를 갈랐다.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A-330 MRTT가 (해외 파병 등) 작전 임무 지역에서의 체공시간이나 공중급유량, 인원 및 화물 공수 등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공중급유기의 보유는 ‘주먹’이 강해지고 ‘팔 길이’가 길어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공중급유기가 실전 배치될 2019년부터 전투기에 싣던 연료탱크의 중량만큼 미사일과 폭탄 등을 더 탑재할 수 있다. 공군 전투기의 체공시간은 한 시간 이상 늘어나 작전 반경이 훨씬 넓어진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는 하늘로 뜰 때의 중량(최대 이륙 중량)이 제한돼 있다”며 “ 연료를 조금 싣는 대신 무기를 싣고 이륙한 뒤 공중에서 급유를 하면 훨씬 넓은 지역에서 강력한 작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도 “공중급유기가 들어오면 (1회 비행 시) 독도와 이어도는 물론 평양~원산 이북 지역도 작전 지역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차기전투기인 F-15K의 경우 독도에서 30여 분, 이어도에서 20여 분밖에 작전을 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의 연료 공급을 1회 받으면 F-15K의 작전시간은 독도에서 90여 분, 이어도에서 80여 분 이상으로 늘어난다.

 공군은 1993년부터 공중급유기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미뤄져 오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면서 전투기가 장시간 공중에 체류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날 방사청은 공중급유기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A-330 MRTT가 가장 가격이 낮았다고 한다.

 실물이 없는 헬기의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최근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의 수사선상에 오른 해상작전 헬기(와일드 캣) 도입 비리도 기종 선정에 영향을 끼쳤다.

 A-330 MRTT는 영국(14대)·프랑스(12대)·호주(5대) 등 유럽과 중동의 10여 개국에 실전 배치됐거나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검증된 기종이다. 반면 보잉의 KC-46A는 미 공군에 179대의 인도 계약이 체결된 상황이라곤 해도 아직 개발 중인 기종이다. 김 대변인은 “A-330 MRTT에 대해선 실물 평가도 수행했고 개발 중인 나머지 기종에 대해서는 시뮬레이터나 유사 급유기를 대상으로 실물 평가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럽산이 21년 만에 3전 4기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무기 구매처가 다변화될 것이란 분석도 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공군, 1조4881억 들여 4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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