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논의 ‘5인 모임’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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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위해 29일 열려던 ‘대화합의 장’이 다음달 1일로 미뤄졌다. 이날 모임은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5명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5인 모임이 무산됐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은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지만, 하나금융이 제안한 참석자 중 외환은행 노조측은 1명 뿐이라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거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통합 대화에 나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 테이블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 논의와 관련해 김정태 회장과 김근용 위원장이 참여하는 ‘5대5 대화’를 제안했다. 외환 노조 측은 “하나금융 회장이 외환노조 위원장과 함께 2·17 합의의 핵심 당사자이자 통합관련 실권자이므로 협상의 신속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직접 협상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바로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5대5 대화 제의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 자료를 통해 “김정태 회장이 참여해 5대5로 대화하자는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시간 끌기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협상은 기존 4대4 대화단에서 지속하면 된다”며 “그룹의 회장이 전체 관계사의 노사 협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틀 뒤에도 노조가 대화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통합 추진 모임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동안 충분히 대화를 진행해 왔던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7월 6일까지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한조 은행장이 외환은행 전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설명회에선 하나금융이 노조 측에 제시했던 2·17 합의서 수정안과 이후 노조가 6월 2일 하나금융에 제시한 수정안을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제시했던 새로운 합의서 수정안에는 ▶통합은행명에 ‘외환’이나 외환은행의 영문약칭인 ‘KEB’ 포함▶이익배분제를 도입해 조기 통합 시너지 공유▶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유지 등이 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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