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이웃 어려움 편지로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주민센터에 설치된 ‘희망우체통’에 이달 초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항암 치료를 중단한 주민 박모(51·여)씨를 위해 이웃이 쓴 손편지다.

 박씨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초등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키워오다 2012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지난해 말까지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암이 재발했다. 유일한 수입인 남편의 월급으로는 다섯 식구의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해 최근엔 항암치료마저 중단했다. 이런 박씨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편지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지자체와 단체들이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지자체가 동주민센터에 설치한 희망우체통이 절망에 빠진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질병이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돕는 창구 역할을 한다.

 희망우체통은 지난달 북구청 산하 문화·일곡·건국동 등 3개 동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됐다. 북구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들이다.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웃들이 가장 잘 안다는 점을 감안해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우체통을 만들었다.

 한 달간 우체통에는 갖가지 사연을 담은 편지가 도착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주민이나 외로움과 생활고를 겪는 독거노인 등을 돕기 위해 이웃들이 편지를 썼다.

 북구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와 우체국 공익재단 등과 연계해 박씨와 손모(42)씨 등 두 가정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치료비와 생계지원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받게 된다. 다른 가정에도 점차 지원을 확대하고 희망우체통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