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쓴 총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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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최근의 국정 난맥상을 스스로 인정하는 '반성문'을 썼다.

국무총리실은 4일 '참여정부 출범 1백일 평가 및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사안에서 국정이 혼선을 빚었다고 시인했다. 정부는 "물류.교통 등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불법 파업과 합의 파기가 벌어졌는데도 신속한 조정과 파급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기대응 체제가 미흡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 새 정부의 노사문제 대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립과 투쟁'이 여전히 남아있어 정부가 노동계의 주장에 밀려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혁 추진의 방법과 속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자인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폭넓은 이해가 부족했고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오해와 반발을 샀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구조개혁에 대한 시장과 기업의 불안심리가 퍼져있다고 고백했다.

국정운영시스템 정착 과정에도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거나 부처 간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사안들이 공개되면서 혼선을 빚은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반성문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싸고 벌어진 혼란▶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한총련의 5.18 행사장 시위 등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참여정부의 지지도를 갉아먹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도 이 같은 문제인식이 반영돼 있다.

사회 갈등이 벌어질 경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을 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또 물류.교통 등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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