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의혹제기 이응준,"신경숙 검찰조사 반대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설가 신경숙(52)씨의 일본 소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45)씨가 신씨의 검찰조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씨는 20일 중앙일보에 보내온 메일에서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검찰조사는 반드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미개사회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진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문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껏 그 자질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신씨의 표절 의혹이 불거졌지만 작가의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과 표절로 인정될 경우 그에 대한 단죄 등은 어디까지나 문단 내부에서 이뤄져야 하고, 한국 문단은 이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그는 “생업도 접다시피 한 상태로 신경숙씨의 소설 표절 폭로를 10년 전부터, 실질적으로는 6개월간 집중적으로 준비해 어렵게 메시지를 던졌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문제 제기를 각자 악용하고 변질시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도대체 어떤 분야에 개선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자괴감을 나타냈다.

이씨는 특히 “신씨를 검찰에 고발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평소 한국 문단과 어떤 관계가 있는 분인지, 또 평소 사회정의에 관해 어떤 일을 한 분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번 표절 문제를 두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며 신씨를 고발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

이씨는 표절 파문이 확산되자 신씨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일부 문인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토로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문인들이 ‘신씨가 표절을 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보도해달라’며 수 많은 메일을 보내온다.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정의로운 분들이 평소 신경숙씨 앞에서는 쩔쩔 매다가 갑자기 정의로운 사람인양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또 “문학평론가 정문순씨가 2000년에 계간지 ‘문예중앙’에 실린 평론글을 통해 신씨의 표절 문제를 제기했을 때 모두가 가만히 있지 않았느냐”며 “이런 식으로 하면 정말 큰 일 난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문제 제기를 하기 전에는 이번에도 묻힐까봐 걱정돼 술을 마셨지만 이제는 인간에 대한 환멸이느껴져 술을 마신다”고도 했다.

신씨는 지난 18일 현 원장이 신씨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검찰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상황에 따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 현 원장은 “신씨가 표절 소설로 창비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신씨를 고발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