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했다, 고견 듣겠다” … 국회 데뷔 몸 낮춘 황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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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왼쪽)가 19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와 김희락 총리비서실 정무실장과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황 총리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메르스 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냐고 묻자 “새로 총리 된 입장에서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상선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데뷔전’을 치렀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임명장을 받은 지 하루 만이었다. 그는 발언대에 서자마자 유감 표명부터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인준안 표결의 전제조건으로 ‘자료 제출이 미비해 부실 인사청문회가 됐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황 총리는 “지난 청문회 과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의원들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국회와 소통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종식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해 국민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 메르스 대응의 컨트럴타워를 자청한 황 총리에게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다. 하지만 황 총리는 정면으로 맞부딪치기보다는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야당은 지난 5월 27일부터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6월 7일에야 대통령 지시로 정보를 공개했다. 대통령이 하지 말라던가.”

 ▶황 총리=“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해보면 적기에 정보를 공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정 중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

 ▶최 의원=“대통령이 지시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인정할 수 있나.”

 ▶황 총리=“네. 가급적 신속하게 대처하는 게 좋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황 총리는 “기본적으로 의원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만~” “법률적으로 맞는 지적이다. 다만~”이라며 각을 세우지 않는 화법을 썼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역사 왜곡과 관련한 정부의 미진한 대응을 지적할 때도 “의원님께서 여러 고견을 말씀하셨는데 저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들도 많이 있었다. 정부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여야 의원들의 타깃이 된 사람은 황 총리보다는 오히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었다.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은 유엔의 ‘위안부 추모의 날’ 제정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책했다. 윤 장관은 “일제강점하에서 피해를 받은 단체들이 많은데 형평성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가 심 의원으로부터 “그게 답변인가. 뭐하고 형평성 문제를 따지느냐”는 호통을 들었다. 심 의원이 “(독도 입도지원센터 반대 등) 외교부의 영혼 없는 행태들에 대해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몰아세우자 윤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질의 중 윤 장관에게 서울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를 물었다. 윤 장관이 “한 2500㎞ 정도”라고 답하자, 최 의원은 “952㎞다. 그러니 사드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장관은 “사드 문제와 직접 관계 없는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최 의원의 호통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16일 국방위에서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소위 생계형 비리가 많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 차원에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지상·김경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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