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마르크스이론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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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의 마르크스주의비판은 개방정책을 추구해온 중공의 근대화과정에 있어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수 있다.
그동안 서방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경제건설을 추진하면서 부분적으로 자본주의방식을 채택해온 중공으로서는 일찍부터 마르크스 이론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었다.
인민일보 사설이 지적한대로 마르크스 이론이 주창되었던 당시와 지금은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며 과거 모택동이 받들어왔던 마르크스이론의 1자1구에 얽매여서는 현대화정책을 추진해나갈수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1917년 러시아의 10월혁명이후 중국지식인들 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1921년 중국공산당이 창당된 이래 60여년간 중공을 지배하는 최고의 이념이었다.
모택동은 항상『마르크스 레닌주의 학습에 노력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를 계승시킨 자신의 사상을 중공인들에게 주입시키려 애썼다.
지금도 중공내 일부에서는 마르크스이론 신봉자들이 등소평의 경제개혁노선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인민일보의 사설은 이같은 비판에 쐐기를 박기위한 이론무장의 일환으로 씌어진것이라고 관측통들은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 사설은『우리는「마르크스」의 후계들로서 그의 이론을 발전·보완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해 일부 반발론자들의 비판과 충격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관측통들은 중공지도부가 실사구시의 현실주의를 내걸고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만큼 마르크스이론은 멀지않아 도서관의 장서로 고전화될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르크스 이론이 중공의 당면 경제문제에 해답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되어 왔다.
중공 흑룡강대학교수인 웅영오는 작년에「사회과학」지에 게재한 한 논문을 통해『발전적 시각에서 자본론을 연구하자』고 주장하면서 자본론이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사람들에게 중대한 지도자역할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의 일부 개별적결론은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비판적인 견해도 곁들였다. 마르크스 이론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온 일부 동구제국들도 최근 그 이론을 수정하고있어「마르크스」의 구름이 공산권안에서 점차 걷혀지고 있는것같이 보인다.
유고슬라비아의 경우 52년부터 자주관리권을 채택해 기업은 사회소유로 하되 일정집단이 정부 간섭없이 공장을 운영하도록 하고있다. 기업간의 경쟁이 허용됨은 물론 이익에 따른 세금도 부과한다.
68년부터 경제개혁을 추진해온 헝가리는 식당등 서비스업이나 가내공업을 가족단위로 운영할수 있도록 허용하고있으며 최근에는 국영기업들이 생산성이 높은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더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있다. <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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