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정책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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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최근 2년새 전국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민간 임대사업자가 2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민간 임대사업자는 총 10만1888명으로 2013년 말보다 약 30% 늘었다. 민간 임대사업자는 2007년 3만6095명에서 2012년 5만2268명으로 연평균 3234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13년과 지난해 각각 2만명이 넘게 늘면서 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2년새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는 현 정부들어 임대사업자를 양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위해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저리의 자금지원과 취득·소득세 등 각종 세제혜택을 확대했다.

시장에선 “사실상 정책 실패”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임대사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이 같은 통계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현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난 안정을 위해 내놓은 준공공임대사업자 수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사업자 수는 고작 126명에 그친다. 이 제도는 정부가 2013년 말 임대주택을 늘려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도입했다. 사업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 제한을 둬 전셋값이 급격히 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각종 세금 혜택에도 사업자가 나서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무임대 기간 8년과 5% 이내로 제한된 임대료 인상율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 한 차례 개정을 통해 10년이던 의무임대 기간이 2년 줄었고, 주변 시세보다 낮게 맞춰야하는 최초 임대료 제한 규제도 없앴다. 그럼에도 사업자가 없자 서울에선 저리 건설자금 대출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시장은 냉랭하다.

전문가들 “전면 재검토해야”

한 시장 전문가는 “임대사업하려는 사람들이 돈을 구하지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닌데 당국이 엉뚱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금은 시중은행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준공공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임대의무기간을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분위기를 보고 즉각적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대응력인데 준공공임대주택은 이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급등세인 시장 영향도 있다. 임대의무기간이 8년이면 재계약을 4번 할 수 있다는 얘긴데, 요즘 같아선 2년 뒤면 전셋값이 30~40%는 거뜬히 오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대료 상승 폭을 5%로 제한하니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실패한 사업이라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법 개정을 통해 찔끔찔끔 규제를 완화는 식으로 시간만 낭비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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