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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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일 상오11시쯤 서울구치소내 변호인 접견실. 40평 남짓한 사무실엔 최근 부자간 불화로 물의를 빚고있는 (주)거화의 회장 김창원씨 (67) 와 김씨의 3남 준식씨 (36)가 마주 앉았다..
준식씨가 먼저 들어와 변호인·가족과 앉아 있었으며 곧이어 김회장이 들어오자 준식씨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 면목없읍니다』 라며 먼저 사과했고 수척해진 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두사람 모두 죄수복 차림이었으며 준식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준식=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김회장=이놈, 이게 무슨 꼴이냐(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준식=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고발한 것은 분명코 제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비리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를 낸 것이 저라고 소문이 나있는 모양인데 정말 풍문일 따름입니다.
김회장=….
준식=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결과를 빚게 만든 것은 결과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준식씨의 표정에는 회한의 빛이 역력했다).
김회장=….
준식=이번 사건의 동기는 다른데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마치 부자간 반목인 것처럼 몰고간 것 같읍니다. 아버님을 모시는 마음은 변함 없읍니다. 노여움을 푸십시오.
김회장=…너희가 찾아와 용서를 빌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다. 이게 무슨 집안 망신이냐. 뒤늦게나마 네가 용서를 비니 이젠 됐다.
준식=고맙습니다.
김회장=천륜을 저버려선 안된다. 천륜에 돌아왔으니 모든걸 용서하겠다.
앞으로 사태수습을 위해 합심해서 노력하도록 하자꾸나. 이렇게나마 만난 것이 기쁘다.
이날 옥중 부자상견은 김창원씨의 변호사 이종원변호사와 준식씨의 장인 김동근씨 (전 핀란드대사) 의 주선으로 이뤄졌으며 당시 접견실에는 김씨부자와 이변호사·준식씨의 변호인 정명래 변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대화를 마칠 무렵 김회장은 아들과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지난주 검찰에서 아들을 처벌해 달라고 진술했는데 다시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겠다』 고 약속했다.
20여분간의 만남이 끝난뒤 이들 부자는 다소 밝은 표정으로 헤어졌다.
한편 나머지 아들들도 아버지가 구속된 이후 모두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남 용식씨 (35· 동전개발대표) 는 아버지를 몇차례 면회,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명예회복에 힘쓰십시오』 라고 권유하는등 자식들이 아버지 재산에 마음을 두지않고 있음을 전해주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서울부암동180의1 대지 4천여평의 김씨집은 김씨의 구속 2일후인 지난달 5일자로 안모씨(40)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 허모씨(74) 앞으로 가등기돼 있어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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