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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올림픽의 기본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6년의 아시안게임과 88년의 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올림픽을 어떻게 치러야 할것인가가 지금 우리문화계에 중요·과제로 제시되고있다.
이들 행사를 유치한지 벌써 2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지금껏 명확한 정책방향이 설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비록 엊그제 문예진흥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문화올림픽공연예술작품」공모가 실시된 바도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특히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문화올림픽의 기본 방향과 주제를 어떻게 잡을까에 대해 깊은 연구와 뚜렷한 결정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나 문예진흥 당국의 소견은 대체로 『부통적 고유성과 세계적 현대성』이 같이 포함되는 주제를 목표로 하여 『우리 문화의 참된 가치를 세계에 재인식시키는 계기로 삼는다』고 되어 있다.
그것은 매우 의욕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도 문제다.
동경올림픽 때는 일장기를 표장으로 내세우며 「능」과 가무기등 전통예술을 집중 소개하였고 독일의 뮌헨올림픽 때는 인류의 축제라는 국제성에 두고 동서문화의 융합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 멕시코는 마야와 아즈텍등 자기 고대문화를 알리는데 초점을 두었고 미국의 LA는 첨단과학과 뉴내셔널리즘을 내세웠다.
그것들은 각기 자기의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살리면서 세계인류의 공감을 얻는 뛰어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만큼 우리가 우리의 고유문화와 세계적 현대성을 어떻게 갈조화시켜 제시할 것인가를 충분히 연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같은 기본적 방향과 주제가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그를 뒷받침할 문화예술적수준과 바탕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알려진 바로는 「문화올림픽공연작품」공모의 심사결과 8개부문 모두 당선작이 없어 문화예술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민족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응집된 탁월한 창작공연 예술작품』이 쉽게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문화예술의 토양과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고는 바람직한 예술은 꽃피고 열매 맺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문화예술 풍토의 장기적인 조성과 육성의 과정이 없으면 태어나지 않는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다시피 스포츠에 있어서는 장기적 시설투자와 인력육성의 결과 LA올림픽의 10위라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에비해 문화예술의 분야에서는 앞을 내다보는 투자와 인력육의 손길이 그간 훨씬 못미쳤다.
지금 겨우 추진되는 것은 호화로운 공연시설에 한정되어 있으며 정작 문화예술을 자유롭고 활기있게 추진할 풍토와 사람 투자는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논이다.
좋은 예술은 없던 곳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키워져서 빽빽이 자란 가운데 좋은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의 꾸준한 보완과 미래를 위해 사람을 기르는 노력이 지금이라도 새로 전개되어야겠다.
당장의 문제해결을 위해 「문화올림픽추진위원회」같은 조직이 이미 마련되고 있다곤 하지만 차분하게 문화예술의 발전을 추진할 연구기구도 마련되어야겠다.
문화올림픽은 나라의 문화예술토양을 비옥하게 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노력부터 생각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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