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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손열음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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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홀한 5월에

모든 꽃망울들이 피어날 때

내 가슴속에도 사랑이 움텄어라

황홀한 5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바람을

-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황홀한 5월에’ 중

슈만이 하이네의 시를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연가곡 ‘시인의 사랑’. 그중 첫 번째 곡이 ‘황홀한 5월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인 슈만의 곡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노래다. 시의 애틋함이 슈만 특유의 낭만성과 맞아떨어진다. 하이네의 시정, 독일어의 아름다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슈만의 음악이 삼박자를 이뤘다. 처음 독일에 유학 갔을 때는 이 시들을 읽으며 독일어 공부를 했다. 하노버의 춥고 긴 겨울을 버티고 비로소 봄이 찾아올 때 이 시를 읽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음악 자체도 특이한 구성이다. 첫 곡이 끝나도 끝나는 것 같지 않고 두 번째 곡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엔딩이 인상적이다.

 어려서부터 가곡을 많이 듣고 좋아했다. 오페라 같은 극적인 음악보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음악, 감정을 울리는 노랫말에 더 마음이 간 탓이다. 독일 시에 멜로디를 붙인 슈만이나 슈베르트를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곡 사랑에도 불구하고 정작 연주는 많이 한 적이 없으니 그 또한 아이러니다. 언젠가 좋은 기회에 더 잘할 수 있도록 아껴 두었다고 할까. 손열음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