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살린 최홍석 "일본 원정 2승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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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이가 오늘의 MVP입니다. 우리 팀을 살렸어요."

14일 수원체육관. 2015 월드리그 대륙간라운드 6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표팀 주장 신영석(29·상무)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후배 최홍석(27·우리카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최홍석은 이날 한국에서 가장 많은 15점을 올리며 3-0 완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승4패(승점7)가 되면서 D조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문성민·김요한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데다 신영수까지 훈련 도중 무릎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표로 차출된 전광인도 몸 상태 회복이 더뎌져 거의 뛰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3일 경기에서 라이트 서재덕마저 부상을 당해 14일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못했다. 문용관 감독은 고심 끝에 주포 송명근을 라이트로 이동시키고 최홍석에게 빈 레프트 자리를 맡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홍석은 1세트에서 2개의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2개를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홍석의 서브 때마다 연속 득점이 나왔다. 일본 주장 시미즈도 "(한국 공격 때)빨리 서브권을 빼앗아 오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홍석은 2세트 23-21에서 추격의지를 꺾는 가로막기 득점을 올렸다. 상대 시선을 뺏는 후위공격도 돋보였다. 대표팀 합류 뒤 주로 라이트로 연습했던 최홍석은 세트플레이에서 파이프(중앙후위) 공격을 네 차례 시도했다. 1세트에서 한 첫 번째 공격은 실패했지만 이후 3번은 모두 성공했다. V리그처럼 시상은 하지 않지만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3개·블로킹 4개·서브득점 3개)까지 달성했다.

경기 뒤 만난 최홍석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어제 무기력한 경기를 했지만 오늘 코트 위에서는 밝은 표정을 짓자고 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모두가 긴장했지만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최홍석은 V리그에서 신인이던 2011-2012시즌에 두 차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적이 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트리플크라운 사실을)얘기해줘서 알았다. 이번 경기 전까지는 라이트 공격 위주로 연습을 해서 파이프 공격을 많이 맞춰보진 못했다. 민규가 내 높이에 많이 맞춰준 것 같다. 기분좋다"고 했다. 최홍석은 "감독님이 재덕이가 아프니 선발 출전을 준비하되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그동안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언제든지 기회가 올거라는 생각을 갖고 준비를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월드리그 대륙간라운드는 이제 절반의 일정을 치렀다. 홈에서 6연전을 치른 한국은 이제 3주 동안 일본-체코-프랑스로 원정을 떠난다. 최홍석은 "한일전은 역시 중요한 경기다. 홈에서 한 번 밖에 이기지 못해 아쉽다. 일본 원정에서 2연승을 목표로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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