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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접촉한 부산 환자 … 입원했던 병원 ‘코호트 격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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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건당국은 부산에서 두 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좋은강안병원의 11·12층을 봉쇄하고 ‘코호트 격리(병원 내 격리)’ 조치를 내렸다. 14일 오전 방역요원이 병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4일 오후 부산시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출입구에 ‘메르스 양성 판정으로 진료중지 명령을 받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병원은 입원했던 이모(31)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143번 환자로 확진되면서 이날 환자와 의료진이 봉쇄 조치됐다(코호트 격리). 환자 200여 명과 의료진·직원 40명 등 병원에 남아 있던 240여 명은 일단 출입이 막혔다. 병원 주변엔 경찰 56명이 배치됐다.

 부산에 메르스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 두 번째 환자인 143번이 확진 전까지 시민 1000명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때문이다. 특히 143번은 메르스 환자가 나온 대전 대청병원에서 일했음에도 외주업체 파견 직원이란 이유로 격리 관찰 대상에서 제외돼 정부의 메르스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부산시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업체 직원인 143번 환자는 지난달 22~30일까지 대전 대청병원에 파견돼 일했다. 부산에 돌아온 뒤 정상 출근했다가 발열·설사 증세를 보여 2~5일 센텀병원 등 세 곳에서 진료받았다. 장염인 줄 알았으나 낫지 않아 6일 좋은강안병원 응급실에 갔고, 8일 이 병원 12층 3인실에 입원했다. 메르스 확진은 12일 나왔다. 현재 음압 병상이 있는 동아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좋은강안병원 11·12층을 봉쇄하고 12층에 있던 환자 20여 명을 11층에 1인 1실로 분산 격리했다. 10층도 비워놓은 상태다.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과 환자·직원 240여 명은 증상을 살펴 문제가 없으면 귀가 후 자가격리하기로 했다. 143번 환자가 먼저 들렀던 센텀·한서병원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외래 환자가 끊겼고, 자혜의원은 휴업에 들어갔다. 143번 환자는 확진까지 거의 2주일간 지하철을 타는 등 약 1000명을 접촉했다. 접촉자 중 아직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 가족과 진료 의사·간호사, 같은 병실 입원자도 음성이었다. 접촉자 중 684명은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수도권에서는 감염 경로가 모호한 환자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119번 환자(35·경찰관)는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보건당국은 당초 52번 환자(54·여)와 경기도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마주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시간·공간적으로 평택박애병원에서 만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4차 감염자는 이미 나왔다. 76번 환자(75·여·사망)를 이송한 민간구급차 운전자와 구급요원이다. 감염 단계로 보면 분명한 4차 감염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은 아니다. 구급차 안이나 환자 이송 과정에서 감염된 게 분명하다. 지역사회 감염은 겨울철 독감이 번지듯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한테 걸렸는지를 모르는 상황을 말한다. 이처럼 병원이나 그 주변이 아니라 일생생활 속에서 메르스가 옮아가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부산=황선윤·차상은 기자 suyohwa@joongang.co.kr

◆코호트 격리=병원에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병동 전체나 일부 병실을 의료진, 입원 환자와 함께 봉쇄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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