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일요일 신문의 힘 보여준 메르스 속보·분석 기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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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30면

중앙SUNDAY도 메르스 쇼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인터넷과 SNS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옥석을 구분하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이 때 가장 유용한 기준이 종이신문이다. 평소 긴 호흡과 깊이를 자랑하는 고품격 일요일 신문인 중앙SUNDAY는 6월 7일자에서 ‘비상 평일신문’으로 변신해 목마른 독자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 허술한 방역체계, 우리 사회의 신뢰관계를 다룬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큰 주제이지만 이런 시기에 다뤘기에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국회선진화법 논란과 입법속도를 다룬 기사는 통념을 뒤엎는 재미있는 기사였다. 제도에 대한 소개, 데이터에 의한 분석,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루 소개해서 유익했다. 다만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19대 국회 입법속도가 빨라진 것인지,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빨라진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14면 시리아인 유학생이 쓴 난민의 눈물에 관한 기사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침몰하는 난민선 위에서 기약없이 죽어가는 난민들의 처절한 풍경과 비행기를 타고 합법적(?)으로 난민자격을 부여받는 불의한 풍경이 날카롭게 대비됐다. 시리아 출신만 350만명의 난민이 있다니 세계적으로 보면 난민의 수는 엄청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난민선을 타고 오는 난민에 비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난민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종래 난민에 대한 논의는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난민 실태 혹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수동적으로 수용 여부를 논박하는 것이 주였던 것 같다. 향후 중앙SUNDAY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맡아야 할 몫이 어떤 것인지 적극적, 구체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21면 축구선수 출신 AIA생명 마크 터커 회장 인터뷰는 생생한 느낌이 좋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훌륭한 팀을 넘을 수는 없다’와 같은 그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는 멋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정작 업무에 관한 답변들은 실망스러웠다. 가령 ‘보험은 꼬박꼬박 부어도 받는 게 별로 없다’는 질문은 나도 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그런데 보장율·수익율 등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회피한 채 ‘상품을 고객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고 대답한 것은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항상 즐겨보는 S매거진이지만 이번 주에는 특별히 반가웠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서 전시를 보고, 포르투갈의 한적한 포도밭을 구경했다. 밤에는 백영옥의 심야극장을 조용히 보았다. 세상엔 우울한 소식이 가득하고 밖에 나다니기도 쉽지 않았던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빳빳한 종이에 선명한 컬러를 수놓은 S매거진은 나만의 청정지역이었다.



박종명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동 대학원서 경제법 전공.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조인으로 출발한 이래 주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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