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委가 병역거부 부추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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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4월 말 올해 인권시민단체와의 협력사업을 선정하면서 한 단체가 신청한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용 다큐'를 포함했다는 것이다.

인권위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 공식적인 의견 표시를 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이번 지원 역시 인권위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총 23개에 이르는 협력사업자 선정 역시 인권위에 소속되지 않은 교수.시민단체 활동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사업심사위원회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권위 측의 설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다큐 제작을 추진 중인 이 단체에는 이미 1천3백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권위에선 사업 내용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더구나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홍보용 다큐 제작비를 지원한 것은 국가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남북 대치라는 특수 상황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준수토록 적극 알려야 할 정부가 국가 예산을 병역거부운동단체에 지원한 꼴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그동안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한 예로 국군의 이라크 파병 때 전쟁반대 의견서를 발표해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당시에도 인권위의 이러한 돌출행동에 대해 이견이 분분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권위가 줄기차게 국가의 근간을 침식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국가의 기본인 국방의 의무를 흔드는 데 세금을 쓴다니 이래도 정부기관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인권위가 왜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안 하는가.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인권위는 이제라도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