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멍뚫린 무역금융…300억 사기대출로 내연녀와 호화생활

중앙일보

입력

내연녀와 함께 한 달에 임대료 2000만원이 넘는 고급빌라에 살면서 페라리 두 대, 람보르기니 한 대 등 모두 10여 대의 외제차를 굴리던 남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은행 다섯 곳에 허위수출자료를 제출하고 300여억원의 대출을 받아 초호화 생활을 해오다 관세청 조사에 덜미를 잡혔다.
무역금융에 또 구멍이 뚫렸다. 관세청은 개당 2만원에 불과한 TV 캐비닛(TV틀)을 2억원이라고 부풀려 은행에서 300여억원의 무역금융을 대출받은 위장수출 사건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H사의 위장수출금액은 모두 1563억원으로 가짜 서류에 속은 은행 다섯 곳의 피해액은 모두 300여 억원에 달한다. 모두 3조2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 사기대출을 받아오다 지난해 10월 적발된 모뉴엘 사태가 세상에 드러난 지 1년도 채 안돼 똑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모뉴엘보다 규모가 작지만 적발되지 않았다면 사기대출 규모가 2017년에는 600억원으로 불어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291회에 걸쳐 생산원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 캐비닛(CABINET)을 개당 2억원, 총 1563억원 규모로 부풀려 일본 M사로 수출신고를 했다. 이후 물품은 A씨의 본처 명의로 설립한 미국의 P사로 발송한 뒤 국내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하다가 수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위장 수출을 반복해 대출을 상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자금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일본 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송금한 뒤 이중 28억원을 미국에 거주하는 본처, 자녀 두 명의 주택구입비 등으로 빼돌렸다. 그는 대출금으로 월세 1800만원에 관리비 350만원인 고급 빌라에서 내연녀와 생활하면서 페라리 두 대, 람보르기니 한 대 등 외제차량 10여대를 리스해 굴리고, 법인카드로 60여 억원의 명품, 상품권 및 금괴 등을 사적 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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