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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온라인 게임업체들 '고공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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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1 온라인게임 뮤를 서비스하는 웹젠은 지난해 매출 2백88억원에 1백52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순익률이 5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이미 1백30억원 매출에 7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최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는 1천4백대 1을 넘는 경쟁률에 공모자금만 3조원 이상이 몰렸다. 3만2천원인 공모가는 거래 개시후 연속 상한가를 치며 주가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2 영화 제작 배급업체인 플레너스와 최근 합병을 결의한 게임업체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2백70억원에 1백52억원의 순익을 냈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백40억원에 순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8백10억원에 4백억원 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의 이러한 급성장 덕분에 플레너스와의 합병과정에서 이 회사 방준혁 사장은 지분 23.4%로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넷마블은 회원 1천9백만명을 가지고 있다.

#3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천5백48억원의 매출에 5백3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에 매출 3백70억원, 순익 3백1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천8백억원에 순이익은 5백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해외진출을 강화해 지난달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게임박람회 E3에서는 전시장 중앙에 3백50평 규모의 독립전시관을 꾸미기도 했다.

웹젠의 코스닥등록을 계기로 온라인게임업체들의 높은 수익률이 주목을 끌고 있다. 잘 나가는 업체들의 경우 매출액 대비 순익 비율이 50% 안팎이다. 일반적인 오프라인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높은 이익률이다.

이같은 높은 이익률 때문에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네오위즈', PC게임 업체 소프트맥스 등 포털.PC게임 업체들이 속속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소프트맥스는 이달 초부터 온라인 액션 롤플레잉 게임 '테일즈위버'를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해 초부터 게임분야에 진출한 네오위즈는 올해 1분기에만 게임분야 매출 1백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은 "기존 형성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게임 사업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이란=좁게는 리니지, 뮤와 같은 대규모 동시접속자를 가진 롤플레이잉게임(RPG)게임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한게임.넷마블의 고스톱.바둑과 같은 캐주얼 게임 등 네트워크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포함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해 4천4백25억원 규모였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올해 5천5백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공비결은=전문가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전국 곳곳에 자리잡은 PC방 등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며 "서버 관리 등 기술적 우수성도 뛰어나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프트게임산업개발원 산업정책팀 정의준 과장은 "한국적 정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이 집단을 이루길 좋아하는 우리의 성향과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원이 접속해서 즐기는 롤플레잉 게임(MMORPG)인 온라인 게임은 집단성을 반영하고 게임 중에 즐기는 채팅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또 일단 게임 속에 들어와서는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정보전달이라는 쌍방향성을 통해 게임 속에 빠져들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의사표현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업체들이 고스톱.바둑.장기와 같이 일상에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 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청소년 등 '전문'고객뿐 아니라 중장년.주부 등 '일반'고객을 유인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네오위즈의 경우 고스톱 게임에 유명 성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기술수준도 세계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개발자 출신인 웹젠 김남주 사장은 "3차원 게임개발을 위한 핵심 그래픽 인력의 확보와 네트워크와의 안정적인 연결기술 등이 온라인 게임의 성공요소"라며 "개별 게임의 매력도와 요금 부과를 연결시키는 게임 운영의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나=온라인 게임 업체 수익은 크게 게임 자체와 게임 부가 아이템 판매, 그리고 광고수익. 예를 들어 엔씨 소프트의 리니지의 경우 경우 개인 사용자들로부터 받는 월 3만원 가량의 정액 요금과 PC방들로부터 받는 IP 한 개 (일반적으로 컴퓨터 한대)당 월 6만원의 요금이 수익의 중심을 이룬다.

이런 게임 자체 요금 외에 게임 속 캐릭터를 꾸미는데 들어가는 의상 등 각종 아이템 판매와 게임 주인공의 능력치 향상을 위한 아이템 판매 등에서도 수입이 발생한다. 또 최근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던 고스톱.바둑 등울 유료화하고 있다.

◇순익 왜 높나=일부 게임업체의 순익률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초기 투자비용은 높지만 게이머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수익은 대부분 순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상품을 즐기면 즐길수록 상품 소비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치 향상 등을 위해 아이템 구입 등에 적극적인 점도 수익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결할 점도 많아=먼저 매출액의 50%선을 수익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바탕으로 발생한 부적절한 고수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연 요금이 적정한지 분석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휴대전화 요금의 경우 업체들이 순익을 많이 내면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경우 그런 비판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제 온라인게임산업이 커진 만큼 ▶이익률이 적정한지▶요금을 내려서 이용자들의 편익을 높이는 방안은 없는지▶순익의 일부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쓸 용의는 없는지 심도있게 논의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이외에도 ▶게임중독▶게임 아이템 거래에 따르는 부작용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청소년들의 가입 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게임속 플레이어 죽이기(PK)의 잔인성과 익명성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 오프라인까지 연결되는 게임 아이템 거래에서 발생하는 폭력도 심각하다.

게임속 캐릭터의 능력을 높여주는 아이템이 오프라인에서 수천~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게임 부분 매출은 5천억원 수준이지만 물밑에서 거래되는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는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화는 '인격성장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한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하기도 했다. 게임산업개발원 정영수 원장은 "올바른 게임문화를 정착하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청소년과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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