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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중국관의 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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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형규
최형규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한국인의 중국관은 모순이다. 중국이라는 국가와 중국인, 중국 사회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다. 중국을 찾는 여행객과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까지 대부분 이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이라는 국가를 보는 시각은 크게 네 가지다. 앞으로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툴 유일한 국가, 우리 경제와 한반도 정세에 거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대국,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 강국, 한반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주변 대국 등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국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중국을 사회와 개인으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각자 경험에 따라 다양한 부정적 시각이 튀어나온다. 불결하고 게으르며 공공 질서를 안 지키고 계약도 무시하는 나라. 이뿐인가. 소국을 무시하고 완력을 앞세우며 사회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 등등. 한마디로 “후진적”이라는 거다. 30년 넘게 고속 경제성장을 하면서 국가 위상은 G2(미국과 중국)가 됐지만 국격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 중국인도 이를 인정하니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한국인의 모순된 중국관이 중국에 대한 언행 불일치, 학습 결핍으로 이어져 국익을 해친다는 데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만 해도 그렇다. 한국인 K씨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기고 중국 출장을 강행한 배경에는 G2의 중국보다는 “설마 중국이 어쩌랴” 하는 그의 대중 사회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출장지가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그는 출국을 강행했을까. K씨와 접촉한 한국인이 귀국 후 다시 중국으로 출장 가도록 정부가 방치한 것은 개개인에게 잠재된 부정적 중국 사회관이 무의식 중에 행정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 이후 중국과 홍콩이 어떤 곤욕을 치렀는지, 그리고 이후 어떤 공공위생 시스템을 갖췄는지, 국가든 개인이든 단 한 번이라고 학습을 했더라면 이런 부끄러운 국제 민폐는 끼치지 않았을 게다. 메르스 발발 이후 보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있었는데 이 또한 국가 리더십의 모순된 중국관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국은 13억 통치를 위해 공공 안전을 내치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나라다. 지난 1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창장(長江) 유람선 침몰 사고 보고를 받자마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당장 현장으로 가자”고 다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중국 지도부에 대한 기초 학습만 있었어도 청와대 회의는 좀 더 빨리 열릴 수 있었을 게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고 대중 외교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한반도 전문가인 한 중국 교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한국 정치인들은 엄청 중국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외교부 핵심 라인에 왜 중국통이 없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한 정치인은 없더라.”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