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의 두 요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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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대 이후의 국제경쟁에서 가장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는 경쟁요소는 다름 아닌 기술과 설비의 핵심이다. 서로 표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두요소만큼 앞으로의 산업경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될 부문은 따로 없을것이다. 이 두요소는 산업경쟁의 시작이요 끝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현대의 경제적 각축을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국내산업의 대외경쟁이 80년대들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것은 바로 기술과 설비의 한계일뿐이며다른 어떤 경영요인도 장기적인 전략만수가 될수 없음은 최근의 개도국간 경쟁에서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수출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중된어려움의 실체가 결국은 낡은 설비와 구태의연한 공법,한단계 뒤진기술 의존에 귀결되고 있는데도 국내의 관심은 여전히 조기대의 경영요소에 집착함으로써 국제경쟁에 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일간 경제전투의 보체도 다름 아닌 기술과 설비핵심의경쟁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기대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산업발전이 그기저에는 최신의 산업설비화를 바탕으로 했던 점을 지나칠수 없다. 근착 외신뉴스위크에 따르면 70년대의 일본도 전면적인 설비현대화를 이루어 산업설비의 평균연령은 6년반으로 끌어내렸다. 당시 미국의 설비는 평균 9년을넘어 노후기로 접어들어 경쟁력의 열화를 피할수 없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산업계는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는데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고 곧이어 왕성한 설비개체를 서둘렀다. 그결과 이제는 산업설비의 평균연령이 8년2개월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일본의 그것은 오히려 8년4개월로 높아지는 역전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같은 역전은 미국이 현재도 쉴새없이 설비현대화를 추진하는 추세로 보아 향후 90년대까지는 그 격차가 더욱 멀어질것 또한 분명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바는 이들이비단 첨단산업 분야의 새로운 개척뿐 아니라 기존산업의 신예화를 통해 끊임없이 고급화·신제품화·생력화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마련해놓은 거대한 자본축적과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쉴새없이 새로운 미래의 시장경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현실은너무나 대조적이다. 주종 상품인 섬유시설의 경우만해도 사용연한 10년이 넘었고, 일부 편직기들은 15년 이상이 태반이다.
석유화학·조선·전자설비들도 대부분 노후화되어 있다. 더욱 우려할 사태는 이런 몇업종 외에는 국내산업의 노후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실정에서 남들처럼 미래시장의 경쟁은 고사하고 현재시장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울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반기이후 해외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국내경기 또한 하강세에 들어선 지금으로서는 설비개체의 적기가 아닐수 없다. 정부와 업계가 설비현대화를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여 새로운 경쟁에 대비하는 한편 정부는 특별상각의 폭넓은 허용과 투자공제, 과감한 자금지원책을 마련할 싯점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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