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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중심으론 한계 … “총리급 컨트롤타워 서둘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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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6일 만이다. 새누리당 내에선 “발병 초기 대통령에게 메르스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한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며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대표적인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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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있다. 메르스는 보건 당국의 업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군·학교·기업 등 제반 분야에서 총력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됐다. 여러 기구에 분산된 메르스 대응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조율·추진하는 지휘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의 보건복지부 중심 대응 체계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지휘계선 상에 보건의료 전문가가 없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일 뿐 보건의료 업무에 생소하다. 학자 출신이어서 메르스 같은 비상 사태를 다룬 행정 경험도 없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장옥주 복지부 차관도 주로 사회복지정책 파트에서만 일해왔다. 청와대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대책반’을 지휘하는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도 국제통상 전문가이지 보건의료 쪽과는 거리가 멀다.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본부장을 맡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해군 대장 출신이다.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메르스 대책특위 문정림 의원은 5일 “메르스 사태 초기에 대응 책임을 맡은 질병관리본부장은 1급에 불과해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복지부에 복수 차관제를 도입해 보건·의료 전문 차관을 뒀더라면 이번 사태에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염준섭(감염내과) 교수도 “전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게 문제를 키웠다” 고 말했다. 더구나 신설된 국민안전처는 사고·재난 위주로 조직이 구성돼 방역 사업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부처 간 협의도 매끄럽지 않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3일 “예방 차원에서 휴교와 휴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 측은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선 학교 입장에선 교육부와 복지부 중 누구 말에 따를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 고건 총리 지휘 아래 범정부 차원의 종합상황실이 꾸려졌다. 지금도 복지부 중심의 대응 체계로는 한계가 있으니 컨트롤타워를 격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하면 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도록 돼 있다. 2009년 신종플루 확산 때도 한승수·정운찬 총리가 직접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교롭게도 총리 자리가 비어 있다. 총리 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지난 2일 유럽으로 출국해 7일에야 귀국한다.

 논란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4일 밤 긴급 회견도 컨트롤타워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당 관계자는 “선거로 뽑힌 광역단체장들을 중앙정부의 통제에 따르게 하려면 총리급이 나서줘야 한다. 지금 그게 안 되니까 광역단체장들이 저마다 생색을 내기 위해 중구난방식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심지어 타 지역 환자를 자기 지역으로 보내지 말라는 지역 이기주의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최근까지도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당정청 협의조차 못 여는 처지다.

김정하·김경희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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