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판정 대형병원 의사, 1500명 이상과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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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종합병원 의사 A씨(38)가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대형 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고 4일 서울시가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A씨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했기 때문에 접촉 가능성이 있는 시민은 1565명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접촉 가능성이 높은 이들 전원에 대해 강제로 외부 출입을 막는 자택격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다. 서울 대형병원 의사인 A씨는 14번 환자와 접촉한 후 지난달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보여왔다. 그는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병원 대강당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A씨의 기침과 고열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한 건 30일부터라고 한다. 그는 같은 날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쇼핑몰인 가든파이브 식당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오후 7시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총회’에 약 30분간 참석한 뒤 귀가했다. 총회에 참석한 인원은 1565명이었다.

A씨의 메르스 증세는 지난달 31일부터 급격히 심해졌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병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증세가 심해진 그는 이날 오후 9시40분에서야 병원에 격리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재건축 총회 참석자 1565명의 명단을 파악해 모두에게 연락하고 있다”며 “현재는 자발적 자택격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위험군 전원에 대해 잠복기 동안 외부 출입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씨와 동선이 겹치는 시민들에게 스스로 자택 격리를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는 또 심포지엄이 열린 병원 대강당에 A씨와 같은 시간대에 있었던 이들에게도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A씨가 병원 환자들과 접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진을 희망하는 시민은 120다산콜센터 또는 서울시 메르스 대책본부(2133-0691~7)로 연락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박 시장은 “35번 환자인 A씨가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인지하고 사태 파악에 나섰으나, 보건복지본부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소극적 감시와 미온적 조치로는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어 참석자 명단을 입수해 자발적 자택격리를 권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일 사망한 82세 남성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3차 감염자로 4일 판명됐다. 메르스 사망자는 총 3명이며, 이날 하루 동안 확진자가 6명 늘어 환자 수는 36명이 됐다.

장혁진ㆍ김나한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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