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선에 의도있다" 판단

중앙일보

입력

해군 고속정이 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조업하던 북한 어선에 경고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어선들은 지난달 26일 6척이 처음 NLL을 넘은 뒤 29일을 제외하곤 매일 2~8척이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

NLL 북쪽 해역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 중 일부가 실수로 넘은 듯한 모습이었다. 1일 이전까지 이들은 우리 해군 고속정이 시위 기동을 하고 경고방송을 하면 방향을 선회하는 등 돌아갈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1일에는 우리 해군 고속정이 북한 어선들이 NLL을 향해 남하하는 것을 미리 발견하고 인접 해역에 대기하고 있다가 넘어오지 말도록 시위 기동을 하는데도 북한 어선 3척이 멈추지 않고 NLL을 넘었다. 고속정은 북한 어선들에 다가가 돌아가도록 경고방송을 했지만 어선들은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자 고속정 편대장은 "시위 기동 및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NLL을 침범해 꽃게잡이를 하는 북한 어선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작전 계통을 통해 2함대 사령관에게 보고했고 사령관이 "작전지침을 준수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고속정이 함포로 경고사격을 했다.

합동참모본부의 해상 작전지침은 1단계로 시위 기동과 경고방송을 하고, 2단계로 경고사격을 하며 마지막으로 북한 해군 함정에 대해서는 격파 사격, 민간 선박은 나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고속정은 오전 10시38분 40mm 함포 1발을 북한 어선 한 척의 인접 해역에 사격했고 2분 뒤 2발을 다시 발사했다.

그런데도 북한 어선은 방향을 돌리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고속정은 오전 11시3분 다시 6발을 발사했다.

세 차례 경고사격한 뒤에야 북한 어선 3척이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낮 12시51분 NLL을 넘어 북상했다. 북한 어선들은 그물 등 어구를 끌고 다녀 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편 이들이 돌아가던 중인 낮 12시쯤 북한 어선 3척이 추가로 NLL을 넘어 남하했으나 이들은 고속정의 시위 기동에 곧바로 방향을 선회해 앞서 넘었던 어선들과 함께 낮 12시51분쯤 돌아갔다.

이들 6척이 모두 돌아간 36분 뒤 다시 북한 어선 2척이 NLL을 넘어 남하했다. 고속정이 다가가 경고방송을 하는데도 뱃머리를 돌리지 않던 북한 어선들은 고속정이 중기관총으로 경고사격을 한 뒤에야 방향을 틀었고 오후 3시13분 NLL을 넘어 돌아갔다.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처음 북한 어선이 NLL을 월선하자 꽃게가 몰려 있는 NLL 인근에서 조업하다가 실수로 남하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월선이 계속되자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북한 해군 경비정들이 어선의 NLL 월선을 단속했으나 올해는 아예 기지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철희.정용수 기자ch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