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 교수, 한자 '허사대사전' 재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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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원중(건양대 중어중문학.41.사진)교수가 다시 '허사대사전(虛辭大辭典)'을 펴냈다. 허사란 특별한 뜻이 없이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띄는 '이(而)''지(之)'와 같은 것들이다.

'다시'라고 한 것은 14년 전인 1989년에 그가 이미 '허사사전'을 펴낸 바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새로 펴낸 '허사대사전'은 89년판을 완전히 뜯어 고친 것"이라고 밝혔다. 89년판보다 1백여 항목을 늘려 총 8백여개의 허사를 정리했고, 분량도 6백여 쪽에서 1천여 쪽으로 늘어났다.

89년 당시 27세의 젊은 학자가 한문 해석에 반드시 필요한 사전을 국내 처음으로 펴냈기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처음 펴낸 '허사사전'은 선구적 성과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계 일부로부터 예문 해석의 오류를 지적받기도 했다.

94년에 학계의 비판을 일부 반영해 개정판을 낸 바 있다. 89년판과 94년 개정판은 지금 절판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이번에 새로 펴낸 '허사대사전'이 기존의 것과 달라진 것은 우선 기본 문법 용어를 한국에서 사용하는 어휘로 바꾸었고, 또 일부 해석상 오류가 있다고 지적받은 예문들을 아예 바꾸거나 대폭 수정하면서 그 내용을 늘린 점이다.

그리고 '삼국유사' '삼국사기' '열하일기'등 대표적인 우리의 고전에서도 허사의 용례를 뽑아 인용했다. 89년에 펴낼 때는 중국의 사전을 참고하며 중국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고 예문도 중국의 고전에서만 뽑았었다.

김교수는 "89년에 허사 사전을 펴내면서 이 같은 작업을 최초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다"면서 "이번에 새로 펴낸 사전은 첫 사전이 나온 이래 지난 14년 간 '삼국유사' '정관정요' 등을 번역해 내면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최대한 오류를 줄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사(虛辭)를 모르면 한문 해석은 허사(虛事)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옛 한문을 제대로 해석하는 데 허사는 중요하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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