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창간홍수속에 적자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잡지 창간의 홍수속에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고 있는 잡지계는 그 양적팽창을 독자들이 수용해주지 못함으로써 일부에서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창간한 지 얼마 안된 잡지들은 잡지계에서 「마의 계절」로 불리는 여름을 겨우 넘겼으나 가중되는 적자 때문에 계속 발간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잡지계는 내년에 들어서면 경영자가 바뀌거나 발행을 중지하는 잡지가 속출해서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른 자체정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잡지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84년6월 현재 잡지 총수는 1천7백31종으로 그중 유가지가 4백92종이다. 잡지 창간은 지난해 l백84종이었고 올들어 5월까지 84종을 기록하고 있다. 창간된 잡지의 상당수가 유가지임을 생각하면 지난해와 올해 2년간의 잡지 창간 러시는 대단하다.
그러나 이들 창간 잡지의 상당수는 창간의욕에 못미치는 독자들의 반응때문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잡지관계자는 이러한 불황의 원인을 ▲제작비의 격증▲광고물량의 부족▲동일독자대상 잡지간의 경쟁▲독자추정과 현실과의 괴리▲전문잡지인이 아닌 사람의 운영 등에서 찾고 있다.
잡지제작비는 최근들어 급등하였다. 70년대의 잡지와는 달리 최근의 잡지는 달라진 독자의 취향에 따라 지질이 좋아져야 하고 컬러인쇄가 많아야 하기 때문에 제작원가가 높아졌다. 광고물량은 제한된 상태에서 큰 잡지에만 몰려 군소잡지는 광고를 얻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동일독자 대상의 잡지도 많다. 컴퓨터의 경우 「컴퓨터비전」「소프트웨어」「경영과 컴퓨터」「컴퓨터학습」「학생과 컴퓨터」「전자과학」등 6개이고, 자동차잡지도「월간자동차」「월간 내차」「자동차생활」「운전세계」등 4종이나 된다. 그외 음악·건강잡지도 다종으로 꼽힌다.
독자추정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다양한 잡지에 의한 여러가지 전문정보를 필요로 하는 잡지시대에 이르렀다는 판단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스포츠·레저붐이 잡지수요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잡지인이 아닌 사람이 판권을 얻어 잡지에 대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불황으로 잡지를 계속 내지 못해 문공부로부터 등록취소를 당하는 잡지가 많아졌다. 83년에 이미 월간 8개, 격월간 5개등 30개잡지가 등록취소 됐고, 84년에 들어 7월까지 12개가 등록취소됐다(발행실적미달등) . 또 경영진이 바뀐 잡지도 H·N잡지등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경영부실이 원인이 되는 것이 많다.
출판평론가 안춘근씨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잡지문화의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독자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하고 잡지쪽에서도 독자의 욕구를 충족 시킬만한 알찬 내용의 잡지를 내놓아 독자를 창출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씨는 곧 동일독자대상 잡지간의 경쟁에 의한 정비나 독자를 창출해내지 못한 잡지의 도태 등으로 잡지계의 판도가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