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연극 장르와 장르가 만났다] 임옥상의 토용으로 꾸민 '西安火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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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 오르는 연극 '서안화차(西安火車)'는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극작.연출을 맡은 한태숙씨가 "드림팀이 만든 작품"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극 자체뿐 아니라 무대와 소품.음향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서안화차'는 유년시절 상처를 안고 사는 남자 동성애자 상곤(박지일)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인 '서안화차'는 상곤이 진시황릉이 있는 중국 시안(西安)을 찾아가기 위해 탄 열차를 말한다.

상곤은 어릴 적 어머니와 외간 남자의 정사장면을 목격하고, 지하실에 갖혀 중증 장애인 형에게 성적 수모를 당하는 등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이상형인 찬승(이명호)에게 편집증적 애정을 보이지만 찬승은 냉담하기만 하다.

상곤은 자신의 일생을 지배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시황릉을 찾아갈 계획을 세운다. 지하실에 갖힌 경험이 있던 상곤에게 지하궁전에 안치된 진시황은 그의 또다른 페르소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성적 해방을 꿈꾸는 상곤과 죽음을 초월하려 했던 진시황을 교묘하게 결합시킨 이 연극에서 관객들은 눈과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연극의 끄트머리 즈음 상곤이 맞닥뜨린 진시황릉 무덤 속 25개의 토용(土俑)은 조각가 임옥상씨의 작품이다. 진시황릉을 여러 번 찾아갔던 임씨는 똑같은 복제 토용 대신 현대적인 토용을 새로이 창조해냈다.

타악그룹 공명의 음악 또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아쟁.첼로.바이올린.북 등 동.서양 악기를 혼용한 음악은 상곤의 복잡하면서도 괴로운 심리를 시의적절하게 표현한다. 기차가 달릴 때마다 들리는 '칙칙폭폭' 효과음은 이들이 북 하나만으로 효과음을 냈다고 한다.

연출자인 한태숙씨는 "제작비가 빠듯한 현실에서 오브제까지 신경쓰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음악.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할 경우 연극은 더욱 깊이가 있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6일까지. 02-764-8760.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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