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고가 안전 위험" vs "상식적으로 생각"…반대 88% 우세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고가도로를 보존하면서도 서울 시내에 새로운 녹지와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찬성 의견도 있지만, ‘인근 상인들에게 교통대란과 상권침체에 원인이 되며 인위적 고가도로가 시민친화적 공간이 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이에 디지털 중앙일보가 지난달 29일부터 ‘디지털 썰전’을 통해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에 대한 일반인들의 찬반 투표와 함께 의견을 물었다. 1일 오전 9시 현재 111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공원화 계획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989명(88%), 찬성 의견이 132명(12%)으로 반대가 찬성보다 7배 이상 많았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네티즌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이 결코 보행 친화적 공간이 아니다’라는 점과 ‘안전 문제’, ‘인접 상권 침체’ 등을 지적했다. “뉴욕허드슨 강변의 철도이용공원은 바로 강을 끼고 있고 그렇게 번화한 곳도 아니다. 한적한 느낌이 있는 곳이라서 성공했고 인접한 곳에 화가들이 작품 하는 거리도 있다. 서울역 앞은 너무 번화한 거리이고 인접에 끼치는 폐가 너무 클 것이다”(choickd), “불량도로에 그 무거운 흙을 올려 나무를 심고, 사람이 몰리면 차량이 지나가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수만명이 이용하는 시설이 노후화되었으면 부수고 새로 지어야지 미련을 왜 두나?”(joydog)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서울시의 ‘전시 행정’을 꼬집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혈세를 써가면서 공적 과시나 하려는 한심한 계획”(inyong10), “청계천 뜯어고치려다 거센 역풍 맞더니…고작 생각해 낸다는 것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yhlawcon) 등의 대표적이다.

찬성 의견은 ‘걷기 좋은 거리 되면 서울의 명소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견해다. “남산공원도 올라가야 하는데 날씨 따뜻해지면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고가공원 걸어보고 싶다”(insung1207)는 의견이었다. 또 “이 사안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 시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대할 일이 아니다”(cwyoo)라며 정책 위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서울시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주민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대에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이 전체적인 방향을 잡았다며 성공을 확신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이제 거의 틀이 잡혔다”며 “단순히 서울역 고가 사업이 아닌 서울 서부 대개발 사업이 돼 일대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의 끊어진 혈관이 다시 돌게 될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반대하면서 오히려 사업이 유명해졌다. 완성되면 청계천 복원 사업 정도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하고 노후화로 인해 철거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같은 보행전용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상권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대에 만들어져 산업화 시대 유산으로서의 역사적 가치, 통일 후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미래 가치가 있지만 ‘06년 정밀안전진단 안전성 평가’에서 D급을 받은 시설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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