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본연의 모습 되찾았으면…"|서울대에 경찰력이 투입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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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명을 뚫고 「관악산 등산계획」 작전은 전개됐다.
24일 상오5시45분 서울대 철제정문이 열리면서 경찰선도차의 번쩍이는 경광등속에 진압부대 버스대열이캠퍼스에 들어섰다.
날이 밝으며 등교를 시작한 학생들은 별다른 동요없이 도서관·시험장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병력집입>
상오 5시부터서울대정문과 후문앞에 서울시내경찰서에서 차출된 병력이 모여들기 시작,상오5시30분 집결을 끝냈다.
경찰버스와 가스차등 경찰병력이 어둠속을 뚫고 경광등을 켠 백차의 선도를 받으며 속속 도착하자 서울대주변은 갑자기 팽팽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경찰의 투입상황을 취재하기 위한 보도진차량 50여대도 정문에 몰려들었다.
상오5시44분 서울관악경찰서 경비과장 송우현경정이 정문 수위에게 『정문을 열어라』고해, 곧이어 수위들이 정문을열며 교내진입이 시작됐다.
서울기동대소속 서울3마4684호 지휘차를 선두로정문과 후문을 통해 교내에 들어선 6천4백20명의 정사복경찰은 45분만인 상오6시30분 대학본부건물·학생회관·중앙도서관주변등 캠퍼스 곳곳에 배치를 끝냈다.
경찰이 투입될당시 캠퍼스는 새벽 어둠속에 싸여 대부분의 건물이 불이꺼진채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않았다.
이날 경찰은 정문으로 l백60대,후문으로는 40대등 모두 2백여대의 대형버스에 나눠타고 교내에 들어섰으며 가스차16대도 출동했다.

<병력배치>
학생회관주변에는 철모와 방패를 든 전투경찰 4백여명이 두줄로 늘어서 사방을 에워싸고 대학본부건물과 아크로폴리스광장주변등 교내곳곳에는 40∼50명씩의 기동경찰이배치됐다.
시위때마다 교문밖에서만가스를 뿜어대던 육중한 모습의 가스차도 장승처럼 캠퍼스 곳곳에 버티고 있다.
경찰은 이날 상오6시50분부터 7시25분사이에 학생회관내 학도호국단 집행부와 여학생부 사무실에서 등사기 3대, 윤전기 1대, 핸드마이크2개, 유인물보따리 1개, 플래카드 3개, 불발최투탄 3발을 수거했다.

<등교>
상오 6시30분쯤부터 날이 밝아지면서 도서관으로 시험공부를 하러가는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했으나경찰의 진입사실을 사전에 알고있어서인지 평소보다 등교생이 줄어들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교내 곳곳에 줄지어늘어선 경찰앞을 지나 말없이 도서관 강의실등으로 향했다.
상오7시쯤 등교한 박미애양(20·불어교육과2년)은『우울하다』 고 했다.
중앙도서관에는 경찰진입이끝난 상오6시30분부터 도서관 3층과 6층 열람실에는평상시 10%선인 50여명의학생만이 자리를 잡았다.

<학생회관>
학생회관 3층서클룸 출입문에는 상오 10시쯤「신성한서클룸에 잡새·기관원등 모든 조류출입을 금지한다」 는 게시문이 나붙어있었다.
1층식당에는 5백여명의학생들로 크케 붐볐는데 학생사이사이에 사븍형사들이끼어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아침시장기를 때우는 모습도보였다.
또 2층라운지와 2층음악감상실은 평소보다 한산해20여명의 학생들이 끼리끼리모여앉아 경찰진입에 따른자신들의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학생회관 식당벽에 마련된「자유의 벽」 게시판에는 전과는 달리 모든 게시물이 철거된채 새로 나붙은 게시물은 하나도 없었다.

<학부모·시민>
경찰투입사실이 알려지자일부 지방학부모들은 밤차를 타고 상경, 이른새벽 학생과 학교에나왔다. 물리학과l년 전동오군(19)의 아버지 전재술씨(50·상업·부산시범천1동735) 는『3일전 가정통신문을 받고 밤차를 타고급히 상경했다』면서 『아들을데리고 부산으로 가든지 학교측에 대책마련을 요청하기위해 올라왔다』 고 말했다.
또 학부모 신무희씨 (47·여·부산시수정2동l97) 는『경찰투입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고 중문과1년인 아들이 시험을 잘치르고 있는지확인해야 마음이 놓일것같아급히상경, 학교에 나왔다』 고했다.

<학교당국>
경찰병력이투입된 24일 대학측에서는 남세진학생처장과 조대경기획실장등 일부 보직교수가 상오5시30분쯤 학교에 미리나와 경찰병력이 배치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경찰의 교내배치가 진행되는동안 고윤석부총장등 다른보직교수들도 속속 학교로나와 총장실에 모여앉아 학생들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현재총장은 총장공관에남아있다가경찰병력배치가 거의 끝난 상오6시20분쯤 총장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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