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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안드로이드로 운전하고, 불 켜고, 난방 …‘구글제국’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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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16년 4월 어느 날, 회사원 안도란(32·가명)씨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탑재된 전기차를 타고 퇴근했다. 빈집이지만 도착 10분 전에 집안 조명과 보일러가 켜진 덕분에 스산하지 않다. 안드로이드 승용차가 집에 가까이 오자 주택 안의 실내 온도조절기 ‘네스트’가 자동으로 조명과 보일러를 작동했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구글 I/O가 2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모스코니 센터에서 개막했다. 순다르 피차이(사진) 구글 수석 부사장은 “사물인터넷 운영체제인 ‘브릴로’를 3분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 첨단 IT 신기술도 대거 공개했다. ①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안드로이드페이’, ② 옷감을 두드리거나 문질러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인 ‘자카르’, ③ 종이로 만든 가상현실 체험기기 ‘카드보드 2.0’, ④ 360도 촬영 후 가상현실 영상으로 바꿔주는 고프로 카메라 ‘어레이’. [사진 구글·AP]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엔 ‘안드로이드 TV’를 켰다. 낮에 스마트폰으로 하던 게임을 TV를 통해 계속 이어서 했다. 소파에 누웠더니 스마트폰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온다. 안드로이드 기기들과 말이 통하는 똑똑한 소파다. 누운 자세를 센서로 감지한 소파가 스마트폰에 음악 재생 신호를 보냈다. 졸음이 쏟아지면서 손목에 찼던 ‘안드로이드 웨어’를 풀자 수면 모드를 인식한 스마트 전구가 알아서 불을 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와 ‘그 친구들’에 둘러싸일 날이 머지않았다.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제품총괄 수석부사장은 “세계 모든 사람이 안드로이드로 연결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기조연설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브릴로(Brillo)’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물인터넷이란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기기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에서 사람과 사람을 더 쉽게 연결하는 데 쓰였다면, 브릴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가정 안팎에 있는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데 쓰인다. 기존 안드로이드OS에서 기본적인 기능만 뽑아 만들었다.

 구글은 ‘작은 안드로이드’ 브릴로를 발판으로 IoT 격전지인 스마트홈 시장 선점에 나설 예정이다. 애플(홈킷)이나 삼성전자(스마트 싱스·아틱)에 비해 늦게 스마트홈 플랫폼을 공개했지만, 구글은 믿는 구석이 있다. 10억 명이 넘는 각국의 안드로이드(크롬북·넥서스폰 포함) 사용자들이다. 이들이 익숙하게 쓰던 스마트폰과 연결하기 쉬운 홈 기기를 택한다면 구글을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홈 생태계가 꾸려질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구글은 다른 사물인터넷 OS들도 브릴로의 친구들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구글 관계자는 “삼성의 IoT 솔루션인 ‘스마트 싱스’처럼 외부의 OS를 탑재한 기기들도 브릴로 기기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만든 통신표준(위브)의 인증을 받으면 된다.

 결국 브릴로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관련 기기와 서비스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오토·TV·웨어 같은 OS도 최근 현대차나 LG전자·모토로라 등을 통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브릴로까지 더해지면서 ‘안드로이드가 없는 곳이 없다’는 뜻의 ‘안드로이드 에브리웨어(everywhere)’ 시대가 한발 더 가까워졌다.

  이날 구글은 모바일결제 시스템 ‘안드로이드페이’도 선보였다. 삼성페이·애플페이도 지원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이다. 안드로이드페이는 현재 갤럭시S6 시리즈와 LG G4에 깔린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대체할 새로운 OS ‘안드로이드M’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이날 데이브 브룩 구글 수석부사장은 “맥도날드·스타벅스·메이시백화점 등 미국의 70만 개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안드로이드M이 지문인식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페이도 지문 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거쳐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브릴로나 안드로이드M 같은 굵직한 발표 외에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확 끌어당길 파격적인 서비스들도 나왔다. 구글이 이날 발표와 동시에 출시한 사진 앱 ‘구글 포토스’는 찍은 사진을 알아서 정리해 주고,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장 용량에 제한이 없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은 애플 iOS 기기용 앱도 만들어 경쟁사 소비자들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한다.

 가상현실(VR) 분야에도 구글은 새 소식을 공개했다. 지난해 발표한 종이로 만든 VR 체험기기 카드보드를 개선한 ‘카드보드 2.0’과 학교에서 교사가 카드보드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북극·해저 등 실제 가보기 힘든 곳을 가상체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엑스퍼디션(탐험)’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가상현실 전용 플랫폼 ‘점프(JUMP)’를 통해 다음 달부터 소비자들이 액션 카메라 업체 ‘고프로’의 VR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점프에 올리고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구글의 축제인 I/O에서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도 구글의 파트너로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증강현실(AR) 플랫폼인 T-AR 기술을 구글의 ‘3차원 공간’ 스캐닝 기능이 있는 태블릿 ‘탱고’에 제공한 연구개발(R&D) 파트너로 소개됐다. 이날 구글과 SK텔레콤은 해당 기술을 공개하고 3차원 공간을 감지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이지만, 탱고를 가져다대면 탱고 화면 안에 태양계 행성이 나타나 우주를 탐헐 수 있다. 행성 정보를 넣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이렇게 특정 공간에 증강현실 정보를 손쉽게 입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구글의 파트너가 됐다. SK텔레콤 전진수 랩장은 “글로벌 IT 혁신 기업인 구글과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증강현실 관련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S BOX] 식탁보 문지르니 전구 밝기가 달라지네 … ‘웨어러블 직물 스크린’ 도

재킷 소매를 톡톡 두드리니 스마트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식탁보를 좌우로 살살 문지르기만 해도 스마트 전구의 밝기가 조절된다면 어떨까. 이번 구글 I/O에선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재밌는 기술이 소개됐다.

 구글은 I/O 개막일인 28일(현지시간) 스마트폰 화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천조각 한 장을 전시 부스에 펼쳤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부위의 천을 좌우로 문지르니 음악의 재생 순서가 달라졌고, 상하로 문지르자 볼륨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천을 문지르는 방법에 따라 스마트 전구의 색깔과 밝기가 달라졌다. 구글은 관람객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이 기술에 ‘프로젝트 자카르(Jacquard)’라는 이름을 붙였다. 19세기 초 직물에 무늬를 넣을 수 있는 방직기계를 사용해 ‘자카르 천’을 처음 만들어낸 것처럼 천의 씨실·날실 사이에 기술을 흘려 넣어 패션과 기술의 결합을 모색했다.

 프로젝트 자카르는 구글이 이번 I/O에서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궁금증을 일으킨 ‘웨어러블(Wearable·입는 장치)’ 기술이기도 하다(본지 5월 26일자 B3면). 원리는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터치 스크린 밑에 패널을 깔듯 옷감 속에 실처럼 생긴 센서 뭉치를 넣었다.

샌프란시스코=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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