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고발·신고가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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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작년 11윌2일은 떠들썩한날이었다.
싯가 1억4천만원상당의 임자없는 다이어먼드 1천2백77개를 주워 신고한 첫사람이다. 다름아닌 숭의국교 4년나원주어린이(11) 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이외에도 습득물이나 범죄자를 신고하거나 불량품을 고발하는어린이를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수 있다. 높아진 고발의식-이것은 요즘 어린이들에게서 새롭게 찾아볼수있는 의식의 변화다.
소비자연맹의 금성숙 간사는 『최근 1∼2년간 어린이들의 불량품고발이 눈에 띄게늘고있다』 고 말하고 이연맹에 접수되는 연간2천건의 고발사례중 어린이고발이 약m%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방학이나 하교후 귀가길에 삼삼오오 짝을지어 고발센터를 찾아오는데 학용품·완구·출판물·운동기구등 자신들의 일상용품이 주고발대상품목이다.
『불량품을 들고오는 어린이들을 보면 구체적이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다』는게 소비자운동가들의 얘기. 언제, 어디서, 얼마에 샀고 어떻게 썼는데 고장이라는 것이 솔직하고 분명
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고발은 「사용자 부주의」등을 의심하지않고 1백% 받아들일 수 있다고 관계찰들은 입을 모은다.
자신의 손익과 직결되지 않아도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고발하는 사례도 어린이들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향수냄새가 나는 자(척) 를 고발한것은 그 한사례. 50원씩하던 자를 향수냄새를 나게하여 1백∼l백50원씩에 팔고있는데 구태여 자에서 향수냄새가 날필요는 없는 것이니 사치풍조를 조성하여 값 올리기가 아니냐며 고발해 오기도했다.
어린이들의 불량품 고발이 공개수거로까지 확산된 경우도 있다. 전남 광주의 한 국교생이 고발해온 기남산엄의 코코불록은 염료가 묻어나 공개수거및 환불 처리됐으며 서울 갈현국교 2년생이 고발해온 도서출판 동아도서의 『영어·일어학습교실-60일완성』은 번역과 철자가 를린곳이많아 공개수거된후 문공부에의해 판금조치되기 까지했다.
이처럼 높아지고 있는 어린이들의 고발의식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이상금 교수 (이화녀대·교육학)는 『행동위주의 고발의식은 경계해야한다』고 충고한다.
즉 의식의 확고함이 없이 행동만을 자극해간다면 정의에 입각한 「고발」과 사리사욕에서 출발한「고자질」과의 구별이 모호해지게 된다는것.
도덕성도 발달단계를보면 어린이들은 8,9세∼11,12세에 객관적 선악을 판단하는 단계에이르게 되므로 고발의 행동화는 이것이 수립된 국교고학년이후에서야 바람직하다는 것.
따라서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신고한다라는 행동보다 순수하게 선을 추구하고 악을 미워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을 길러주는게 선결조건이라는 것이 이교수의 충고다.
「고발」 은 질서를 바로잡는 원동력이다. 민주시민으로의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 정의감을 깃들게 하는첫 -이것이 「고발」 의 첫단계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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