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수현 만들기'에 나선 방통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중국 방송가는 그야말로 한국판이다. SBS '런닝맨‘, JTBC ’비정상회담‘, MBC '아빠 어디가’와 같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 버전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히 돈을 받고 포맷만 판매한 게 아니다. 한국 제작진이 현지에서 직접 제작을 지휘하는 맞춤형 수출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외형과 다르게 난관도 많다.경제 개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모든 방송사는 당과 정부가 직·간접으로 운영하는 국영방송이다.자국 문화 보호를 위한 장벽이 높게 형성돼 있어, 외국 방송사의 접근이 어렵다.

한 예로, K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프로듀사’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기획됐지만, 중국 현지 방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수현·아이유 등 한류 스타가 총 출동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간접 광고에 참여했다. 한 온라인 업체는 한국과 동시 방영하기 위해 회당 2억 원 가량을 선(先)지불했지만,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앞으로 인터넷 방영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나오면서 동시 방영이 무산됐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 방송사의 전파를 타기는 더더욱 어렵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중국 자본의 한류 콘텐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앞으로 중국 지방 정부와의 방송 프로그램 공동 제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한-중 FTA까지 체결된 만큼 제2, 제3의 김수현과 같은 한류 스타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도울 방침이다.
‘한-중 방송정책 차관급 라운드테이블’의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의 27일 중국 원저우시(溫州市) 방문은 그 일환이다.

김 위원은 이날 서립의(徐立毅) 원저우 시장을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립의 시장은 회의에서 “원저우시는 새로 건설되는 산업단지에 한국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원저우를 한국에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방송 콘텐트인 만큼, 공동 제작 또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원저우TV가 드라마를 한국과 공동 제작해 방영한다면 원저우를 한국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구 919만 명의 원저우시는 중국 민영 경제의 발원지로 꼽힌다. 중국 동해안의 중심부에 위치해 한국과도 가깝다.원저우시는 지리적 이점을 발판으로 한-중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CJ와 EBS가 원저우 TV를 방문해 공동 제작 및 콘텐트 교류를 위한 협의서를 교환했다.원저우TV는 현재 원저우 출신 상인들을 다룬 '원저우 패밀리’ 시즌 2를 방영 중인데, 한국에 진출한 원저우 화교들을 다룰 시즌 3은 한국에서 한국 방송사와 함께 만들 계획이다. 공동 제작 드라마는 중국뿐 아니라 CJ의 계열 채널인 중화TV를 통해서도 방영될 전망이다.

EBS는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FTA 체결에 따라 한·중 양국의 제작사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각 국의 국내 제작물로 인정받게 된다. 양국 모두 자국 애니메이션 산업 보호를 위해, 프라임 타임에는 외국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방송사는 공동 제작을 통해 이 같은 규제를 피하고, 정부가 할당한 국내 애니메이션 의무 방영 시간을 지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방통위 방중단은 28일 저장성(浙江省)정부와 저장TV를 방문해 상세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 원저우=봉지욱 기자 bonggari@joongang.co.kr

<사진설명>
1. 김재홍 상임위원(왼쪽 세번째)과 서립의 온주시장(오른쪽 두번째)이 27일 공동 제작 협약을 맺었다.

2. 중국 온주TV 사옥에 걸린 '온주 패밀리 시즌2' 현수막. 시즌 3은 한국에서 공동 제작될 예정이다.

3. EBS가 온주TV 회장 등 관계자들에게 자사 콘텐트를 소개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