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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불패 지킨 '반지의 약속'…'조커' 안정환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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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불패'는 빗속에서도 지켜졌다. 주역은 지난 월드컵 때 아주리 군단을 침몰시켰던 안정환(시미즈)이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맞붙은 일본 대표팀과의 '2002 한.일 월드컵 1주년 기념' 친선경기에서 안정환의 결승골로 지코 감독의 일본호(號)를 1-0으로 격침시켰다. 코엘류 감독 데뷔 세 경기 만의 첫 승이자 1981년 이후 도쿄 무패행진(7승3무)을 계속하게 됐다.

▶답답했던 전반=전반은 우울했다. 코엘류 감독은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약간 변형시켜 수비형 미드필더인 유상철을 공격에 가담시켰으나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파괴력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는 최용수-설기현-차두리를 한꺼번에 기용한 것이 문제였다.

원톱인 최용수로 투입된 볼은 번번히 막혔고, 오른쪽 날개 차두리의 돌파는 무력했다. 홈경기 필승을 의식한 듯 일본팀은 전반 내내 허리에서 한국팀을 강하게 압박했다. 허리가 막히면서 유상철의 몸놀림도 둔해졌다.

▶날아오른 후반=후반 10분 안정환, 14분 이천수가 차례로 투입되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기술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안정환과 이천수는 일본 진영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 골문 주변에서만 맴돌았던 최용수와는 달리 안정환은 전후좌우로 넓게 움직였고, 오른쪽 날개 이천수는 중원까지 넘보는 파격 플레이로 일본 수비를 교란했다.

후반 23분 안정환이 날린 25m짜리 중거리슛과 28분 안정환이 중앙으로 이천수에게 날카롭게 찔러준 볼은 일본 수비를 거칠게 흔들었다. 수비 불안으로 공간이 생기자 유상철에게도 기회가 왔다.

유상철은 후반 17분 강한 슛을 날린데 이어 후반 21분에는 골키퍼와 맞서는 단독 찬스를 맞기도 했다.

▶전술의 승리=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이날 승리는 코엘류 감독의 전술적 쾌거"라고 규정했다. 선수 기용을 잘못한 탓에 전반엔 고전했지만 후반 적시에 안정환과 이천수를 투입한 뒤 한층 강한 압박으로 일본의 압박을 눌러버린 것이 승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안정환과 이천수를 전반부터 기용했다면 어땠을까.

신위원은 "전반부터 두 선수를 기용했다면 체력이 왕성한 일본 수비를 뚫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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