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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출산 탈출? 남성 간부들이 육아휴직 솔선수범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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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40개국 가운데 출산율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OECD가 34개 회원국과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주요 국가 40개국의 2013년 출산율을 집계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1.19였으며, 지난해 1.21로 다소 올랐으나 OECD는 전체 회원국의 2013년 기준 통계를 수집해 분석했다.

 2012년 한국의 출산율(1.30)은 폴란드(1.30)와 같고 포르투갈(1.28)보다 높아 꼴찌를 면했다. 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포르투갈(1.21)과 폴란드(1.26)가 모두 한국보다 앞섰다.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말한다. 프랑스(1.98)·스웨덴(1.89)·멕시코(2.22)가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2013년 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1.67)은 2012년 평균(1.706)보다 낮아졌다.

 OECD에서 가족·사회정책을 총괄하는 윌렘 아데마(사진) 사회정책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해야 직장에서 인정받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 있는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 한국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나.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겠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자리를 잡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직장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정을 꾸리는 데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출산도 생각하기 어렵다. 한참 지나 결혼해서 한 명 정도 낳는다고 통계가 말해 준다.”

 -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제도 확대 등 지난 5~10년간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이젠 각각 존재하는 정책들을 일관된 논리(logic)와 시스템으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출산부터 육아휴직, 자녀의 어린이집·초등학교 보내기 등의 과정이 물 흐르듯 해야 한다. 제도의 실제 사용률을 올리라는 얘기다. 이런 제도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일과 가정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스웨덴에선 출산 후 육아휴직 480일을 엄마와 아빠가 나눠 쓴다. 2개월은 아빠가 쓰지 않으면 없어지는 기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한다. 부모가 복직하면 아이는 유아원에 간다. 18개월부터 초등학교 전까지 하루 6시간씩 이용한다. 아침에는 아빠가, 오후엔 엄마가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온다.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룬 사례다.”

 - 한국에 적용하려면.

 “세계 최장인 한국의 근로시간, 2~3시간씩 걸리는 출퇴근시간을 감안하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10시간 이상 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육시설을 아무리 확충해도 양육 문제가 해결 안 된다. 어린이집 시스템과 부모의 근로여건이 들어맞도록 정책을 촘촘히 짜야 한다.”

 - 프랑스는 아동수당을 지급해 출산율을 늘렸는데.

 “프랑스는 수당 지원에 집중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르다. 한국은 다른 OECD 회원국에는 없는 사교육비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프랑스·스웨덴 등은 공교육이 강하기 때문에 자녀 양육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한국은 다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노동시장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 기업 경영진의 인식과 역할이 중요하다.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육아휴직을 여성들만 쓰면 여성 인재에게는 투자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낙인 효과가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면 여성 고용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고 일·가정 양립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

 - 기업은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하는데.

 “여성이든 남성이든 직원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돼야 인재를 영입할 수 있지 않나. 유럽 기업들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남성 간부 등 고위직이 육아휴직을 하는 식의 솔선수범이 기업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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