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요금제 현명하게 고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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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80만2662명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했다고 26일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첫날인 지난 19일 하루에만 15만명이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했다.

이렇게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인기몰이를 하는 건 기존 요금제에 비해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KT가 자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 20만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69.9%가 종전보다 낮은 요금제를 선택했다. 월 5만1000원 요금제에서 월 3만9900원 요금제로 내린 고객이 23.4%로 가장 많았고, 요금제를 하향 조정한 고객은 이전보다 월 평균 1만3805원을 적게 내게 된다. 미래부의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이후 소비자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는 성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데이터중심요금제는 음성ㆍ문자는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내는 통신요금체계로 이동통신3사간 큰 골격은 유사하다. 그러나 각사별로 요금제에 특징이 있고 부가서비스도 다르다. 따라서 각사별 특징과 부가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통신요금을 더 아낄 수 있다.

이통3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선택에 따른 3인 가족의 월 통신비 절감 효과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25%가량 요금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장인 김모(48)씨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관람하는 게 취미다. 미국드라마도 많이 본다. 매월 통화시간은 350분 가량이지만 평균 9GB의 데이터를 쓴다. 특히 그 중 6GB를 동영상 시청 등 비디오에 사용한다. 김씨는 이전에 LG유플러스의 무한대89.9요금제를 사용해 매달 7만1900원을 냈지만 이를 LG유플러스의 신요금제인 비디오52로 바꿀 경우 이전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통신요금은 매달 1만9900원 낮출 수 있다.

보통 데이터 1GB로 VOD(주문형 비디오)를 1시간 가량 볼 수 있기 때문에 김씨의 경우 비디오 시청용 데이터를 따로 주는 LG유플러스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전화로 친구나 학부형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 김씨의 부인에게 최적화된 요금제는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의 가장 특징은 2만원대 최저 요금제에서도 유선과 무선 통화를 무제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로 다른 휴대전화와 통화할 때는 물론 집이나 사무실 등 유선전화와 통화할 때도 월정액 외에 추가 전화비를 내지 않는다. KT의 경우 월 5만4900원 이상 요금제(7월 출시 예정)를 선택한 경우에만 유ㆍ무선 음성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유선 음성 통화가 유료다. 김씨의 부인이 기존에 쓰던 요금제에서 SK텔레콤의 밴드데이터 47요금제로 변경하면 1만8000원을 아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김씨의 대학생 아들은 데이터 사용량이 매달 큰 편차가 있다.

많이 사용하는 달에는 한달에 8GB의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시험이 있는 달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는 KT의 데이터 ‘밀당’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월별 필요량에 따라 데이터를 밀어쓰고 당겨쓰는 ‘밀당’을 이용하면 월별 데이터를 기본 제공량보다 최대 3배까지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로 많이 사용할 때 필요한 요금제보다 한 단계 낮은 요금제를 선택해도 데이터를 쓰는 데 문제가 없다.

김씨 아들의 경우 KT의 데이터 선택499 요금제를 고르면 1만1100원 절약할 수 있다. 가상이지만 이렇게 데이터 요금제로 3인 가족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재구성하면 가계통신비가 월 19만7900원에서 14만8900원으로 4만9000원 내려간다. 기존에 사용했던 것보다 더 풍성한 혜택을 보면서도 통신비는 4분의 1가량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요금제는 한달에 한번 밖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한번 잘못 바꾸면 한달간은 불필요한 요금을 더 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 요금제를 바꾸느냐에 따라서도 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데 가급적 1일에 바꾸는 게 유리하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요금을 일별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한달에 데이터 6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이 20일까지 5GB를 사용하고 다른 요금제로 바꿨을 경우 이동통신사에서는 요금제 변경 전날까지의 날짜 수와 비례해 요금을 합산한다. 즉 20일까지 사용하고 변경할 때는 4GB 이하를 소모하는 것이 비례한다고 해석해 이를 넘어선 사용량 1GB에 대해 추가 요금을 물린다.

또 데이터 요금제가 기존에 쓰던 요금제보다 불리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할인요금제 중 최고라 불리는 SK텔레콤의 온가족할인이 대표적이다. 기존 요금제에서는 가족합산 사용기간이 30년이 넘을 경우 50%를 할인해줬는데 데이터요금제에서는 이 할인율을 30%로 낮췄다. 기존에 전국민 69요금제를 쓰던 사용자의 경우 매달 3만4500원을 내면 되는데 동일한 서비스의 데이터중심요금제(밴드데이터51)를 택할 경우 3만57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자신의 사용량에 딱 맞는 데이터 요금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한 달 평균 데이터를 3.2GB사용한다. 그런데 SK텔레콤의 47요금제(데이터 3.5GB 제공)를 제외하면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제는 3GB안팎의 데이터를 주는 요금제가 없다. KT의 39 요금제는 2GB를 제공하므로 부족하고 49 요금제는 6GB를 제공하므로 남는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여서 38 요금제는 2GB를, 49요금제는 6GB를 제공한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에 쓰던 요금제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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