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은 날고, 공급량은 기고 … 현재 유전 70% 2020년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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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70~80년대의 두 차례 오일 쇼크는 산유국들이 공급을 크게 줄여 발생했다. 1차 오일 쇼크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우호국과 비우호국으로 나뉘어 석유 공급량을 차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유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고유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량은 날고 있는 반면 공급량은 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추가로 개발 가능한 유전.가스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중앙아시아는 물론 시베리아까지 개발의 발길이 미치고 있다. 국제 투기자본이 중국.인도의 에너지 소비 증가를 예상해 석유 쪽으로 몰려든 것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약 8000만 배럴. 2020년엔 1억500만 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액센추어는 지난해 2월 "현재 생산 중인 유전의 70%, 가스전의 50%가 2020년께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석유.가스 대신 쓸 수 있는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더디게 진행돼 신에너지 시대는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쟁탈전에 대비해 각국은 에너지 절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신규 유전 탐사와 기존 유전 매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미.중.일.유럽 등은 산유국과 장기 공급 계약을 하면서 정치.군사.외교 분야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전.가스전 개발에 적극 나서려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환경단체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 말 알래스카 생태보존지역 내에서 석유 시추를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한 차례 충돌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중동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밀어붙였으나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연비만 높여도 그 분량을 대체할 수 있다"며 강력히 저지했다.

유럽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인 독일은 원전 폐기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보수파는 "2020년까지 원전을 폐기한다는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민당.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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