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현금서비스 확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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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 30% 밑으로 떨어졌다. 카드의 본래 역할인 신용판매가 주된 용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카드 대란 이후 각 카드사가 개인별 한도를 줄이는 등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소비자들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금서비스의 문제점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지급 수단으로 자리 잡아=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용카드사들의 매출 48조2000억원 가운데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의 비중이 각각 70.3%와 29.7%를 차지했다.

2001년 전체 사용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신용판매 비중은 2003년 46.5%, 2004년 4분기 65.5%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현금서비스 비중은 2001년 63.4%에서 2003년 53.5%, 2004년 4분기 34.5%로 하락했다.

금리가 높긴 하지만 언제든 쉽게 소액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을 경우 대부분의 이용자가 10%대 후반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연체하면 최고 연 30% 가까운 이자를 물어야 한다. 돈을 빌리는 기간과 관계없이 원금의 0.5%를 따로 내야 하는 취급수수료는 별도다. 할부구매 수수료율도 기간에 따라 연 20%에 육박한다.

◆ 유통.음식점 사용액 급증=지난해 신용판매를 통한 카드 매출액은 모두 192조5000억원으로 2004년(164조4000억원)보다 17.1% 증가했다. 카드 대란의 여파로 2003년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2004년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신용판매 매출액이 53조7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전체의 80%에 달하는 141개 업종에서 사용액이 늘어났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유통.음식점과 생활 관련 업종의 증가폭이 컸다. 할인점에서의 매출액이 2004년보다 35.9% 늘었고 학원(27.4%), 이.미용업소(24.4%), 병원.약국(24.3%), 주유소(23.2%), 식품판매(18.4%), 음식점(17.8%) 등도 호조세를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및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가계 지출 확대로 카드 사용액이 늘고 있다"며 "2002년 이전의 카드시장 확장기와는 달리 최근엔 카드시장이 현금서비스보다 신용판매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카드 대란은 과도한 현금서비스 때문에 촉발됐다"며 "최근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용판매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제2의 카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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