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로 뜬 이태원, 이번엔 ‘고려 국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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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왕의 나라’에서 주인공 노국공주 역을 맡은 배우 이태원. 22∼23일 이틀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나이 쉰에 공주 시켜준다고 해서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알고 보니 왕비더라고요(웃음). 명성황후가 강한 카리스마의 왕비라면 공민왕과 결혼한 노국공주는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에요. ‘내 몸이 죽어 바람이 돼 끝까지 이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했던 고려의 국모였지요.”

 22∼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왕의 나라’에서 노국공주 역을 맡은 이태원(49)은 “‘이름 모를 백성 하나하나가 고려’라며 백성들을 아꼈던 노국공주에 감정이입 돼 무대에 오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제작, 2011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왕의 나라’는 고려 말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을 온 공민왕과 왕비 노국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3∼2014년 안동과 대구에서 공연했고, 이번에 서울 무대에 올린다. 공민왕 역은 뮤지컬 ‘영웅’ 등의 주연을 거친 민영기가 맡는다.

 지난해 ‘왕의 나라’에 합류한 이태원은 “음악이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지역의 특색을 살린 지방 작품들이 서울 공연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최고 장면은 안동의 전통놀이인 ‘놋다리 밟기’ 장면이다.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백성들이 등을 굽혀 다리를 만든다.

 “실제 역사예요. 강의 어느 곳이 얕은지 아는 안동 백성들이 사람다리가 된 것이죠. 이 장면의 백성 역은 실제 안동 시민들이 맡습니다. 환갑이 지난 아주머니도 있어요. 커튼콜 때도 이분들이 등장해 인사한답니다.”

 미국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배우 이태원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의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지방공연까지 포함하면 명성황후를 연기한 햇수는 17년으로 늘어난다.

 그는 “화려한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우리 역사나 설화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돌파구로 교육을 꼽았다.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최근엔 남편(뮤지컬 배우 방정식)과 함께 교육콘텐트 개발 사업도 시작했다. “뮤지컬과 스포츠, 뮤지컬과 자아찾기 등을 결합시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캠프 브로드웨이’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고요. 원래 우리 민족이 가무에 능하잖아요. 잘 가르치면 뮤지컬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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