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양국국민 서로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담|전대통령 방일후에 조용한 변화 일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두환대통령의 방일이후한일양국 국민간에는 서로를 호의적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의식의변화가 조용하게 일고있다.
양국의 불행했던 과거와 이로인한 반목의 관계가 한꺼번에 걷힐리는 없지만 진지한 이해의 자세로 바뀌는 징후가 여러군데서 나타나고있다.
한국인들의 대일관의 변화와 일본쪽의 대한 우호무드의 상승은 서울과 동경에서 중앙일보의 취재팀에의해 확인되었다. 중앙일보가전대통령의 방일전인 지난8월 창간특집(9월22일자)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38.1%가 일본을「가장 싫은 나라」로 생각한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대통령 방일이후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가령모선종군 (20·한양대철학과2년) 은 『일본에대한 묵은감정은 버리고 싶다. 일본을 대등한 이웃으로 보려고한다』고 했다. 모군은『전대통령의 방일이후 대일인식에 다소의 변화가 있는게 사실이고 우리대학안에서도 일본어특강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일본말을 배우려는것이 아니라 일본을 제대로 알기위한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인애씨 (32·주부·서울강남구 서초동무지개 아파트1동607호)는 『일황의「유감」표명은 과거에 대한 사죄이자 양국 관계를 가깝게하려는 마음에서 우러난 태도로 보고싶다』고 했다.
지식층들은 이같은 우리 국민의 대일태도를 『오는 정이있으니 가는 정도있다』는 속담에 비추어 설명했다.
외무장관을 지낸 박동진의원 (민정)은 『우리 국민들의 일본을 보는 안목이 확실히 전대통령의 방일전보다 호전됐다』며 『이는 우리측의 능동적변화이기도 하지만 일본국민들의 대한인식이 개선되고 있는데대한 반사작용으로 보아야 할것』이라고했다.
신상초의원(민정)도 『일본매스컴들이 지금까지의 그릇된 대한선입견을 고치려는 자세를 보이는데 상응해서 우리 국민들의 대일관도 서서히 바뀌고있는것 같다』고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박영석씨(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는 『「히로히또」일황과「나까소네」수상의 공식사과나 한국의 문화를 일본문화의 원류로 선언한 사실등이 우리국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얼마간 씻어주었고 이것이 종래의 「대일불쾌감」을 둔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그러면서 『과거를 망각할것이 아니라 역사적사실로 가슴깊이 새겨두고 새역사전개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했다.
전대통령의 방일이 가져다준 양국 국민감정의 이러한변화는 경제협력면에서 보다 구체적인 감으로 진전되고있는 기운이 엿보이고있다.
전경련의 조규하상무는 『일본경제계가 대한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자세를 보이고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승무협상무는 『지난 9월하순 일본 쓰꾸바에서 열린 한일경제협력장기구상연구위에서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일본측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박용상대한상의이사는 『전대통령의 방일이후 양국간 무역역조의 심화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재계의 인식이 높아지고있다』고 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실례로 일본경제계를 대표하는 15명의 경단련회원들이 오는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을 방문하며, 5일에는 「마루베니」(환홍) 의 「마쓰오」(송미태일) 회장을 단장으로하는 61개사 1백4명의 대규모 구매사절단이 한국을 찾아온다. 80년 일본정부가 주선한 대한구매사절단이 6개월의 준비끝에 1백27명의 단원을 모은반면 이번에는 2개월밖에 준비기간이 없었는데도 9월14일의 마감이후까지 참가희망자가 몰려 다 접수하지 못했다는게 일본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 업계가 요구해온 기술자의 일본연수도 연말까지30명을 우선 배치하게될것으로 알려졌다.
전대통령방일이후 일본에서나타나는 대한관의 개선도 뚜렷하다.
『한국분이시지요. 이번 전대통령방일은 대단하더군요.』
도오꾜주재한국 S상사의 H부장은 최근 동네 가게아주머니들로부터 이런 인사를 몇차례 받았다.
『일본의 매스컴이 한결같이 전대통령의 방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데대해 나자신 놀랐다. 양국간의 긴 역사적관계와 방일을 결심한 전대통령의 용기에대한 평가라고 보고싶다. 과거 식민통치에대한 반성과 속죄의식이 매스컴에 있는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한유력일간지 Y정치부장얘기다.
지난 9월22일자 아사히(조일)신문 여론조사는 전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일본국민의 긍정적 평가를 수치로 뒷받침하고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국민의 69%가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특히 식민지시대를 잘 모르는 40대 남자의 경우 83%가 호의적 대답을 했으며 40∼50대 남자의 63%가 이번 방문이 양국의 우호증진에 기여했다고 평가, 일본국내분위기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일본국내의 긍정적여론이 반영된때문인지 일본여론조사연구회가 지난 9월29∼30일 일본전국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대통령의 방일을 성사시킨 「나까소네」내각지지율이 내각출범후 최고율인 58%를 기록한것도 홍미롭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서울=유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