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집 앨범 미미의 해방 낸 '머라이어 캐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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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머라이어 캐리가 고음으로 노래하는 장면만 모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한참 떠돈 적이 있었다. 7옥타브를 넘나드는 그에게 '신이 내린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당연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1990년에 데뷔한 이후 10년 연속으로 한 해에 한 곡쯤은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엔 좀 오래 기다려야 했다. 정규 앨범으로는 2002년 'Charmbracelet'이후 2년 반만에 10집 'The Emancipation of Mimi(미미의 해방)'가 발매된 것이다.

전형적인 머라이어 캐리표 음악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애절한 발라드로 소름을 돋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넬리.스눕독 등이 참여한 힙합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게 한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제작자의 자질을 발휘하면서도 여러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색깔을 냈다.

10집에서 머라이어 캐리는 무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본지가 머라이어 캐리를 단독 인터뷰했다. 유니버셜뮤직 측이 본지 기자의 질문서를 갖고 머라이어 캐리를 만나 인터뷰를 대행하는 방식이었다. 머라이어 캐리는 12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오픈 콘서트 형식으로 새 앨범을 발표했다.

-왜 이렇게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했나.

"1년 넘게 세계 투어를 다니다 보니 좀 오랜만에 새 앨범이 나온 것 같다. 팬을 만나 노래하고, 쉬기도 하고, 곡도 아주 많이 쓰면서 즐겁게 지냈다. 그러고 나니 목 상태가 새 앨범을 시작하기 알맞게 회복됐다."

-앨범 제목을 '미미의 해방'이라 붙인 이유는.

"미미는 친구와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사적으로만 쓰던 걸 이번에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미미의 해방이란 제목은 내 스스로 만들어놓은 벽을 허물고 팬들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또, 내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머라이어 캐리'에 맞추지 않고 내 자신에게 충실한 자유로운 개인이자 아티스트가 됐다는 걸 자축하는 뜻에서 붙인 것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예전엔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시키면 내키지 않아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곡부터 가창까지 자유로운 방식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곡이 많다. 한 마디로 내 영혼을 담은 음반이랄까."

-가창력이 뛰어난 여가수는 흔히 제 2의 머라이어 캐리라 불리곤 하는데. 타고난 것 외에 특별한 관리 비결이 있는지.

"그렇게 평가해주니 무척 감사하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항상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까지 성취해 온 것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때론 인공음처럼 느껴지는 지나치게 높은 음역대 때문에 오히려 감정 표현에 방해를 받는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그렇게 느낀 적은 없는 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내 목소리, 그리고 재능을 통해 다른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진정 축복이라 생각한다. 내 노래를 듣고 어려움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직접 이야기해준 팬들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 팬들의 오랜 성원에 정말 감사 한다. 투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약속 하긴 힘들지만 한국에는 꼭 다시 돌아가서 새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 드리고 싶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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