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일본인 남편은 납북 한국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내 납북자단체가 납북된 뒤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여성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납북 한국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에 이 남편의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5일 "청와대와 외교부 및 일본 총리실과 외무성에 4일 요코다의 딸 김혜경과 국내 납북자 가족 5명의 DNA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요코다의 남편 김철준은 1970년대 북으로 끌려 올라갔던 국내 고교생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김철준씨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자신이 2004년 9월 중국에서 만났던 북한 인사에게서 "요코다 남편 김철준은 한국인 납북자"라는 말을 들었던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77년 전남 홍도에서 납북됐던 이민교(당시 18세).최승민(당시 16세)씨와 78년 군산 선유도, 홍도에서 납북된 김영남(당시 16세).이명우(당시 17세).홍건표(당시 17세)씨 등이 김씨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최근 이들 5명의 남측 가족들의 혈액과 모근을 확보, 대학병원 등에 보관해 놓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 샘플을 일본 정부가 확보했다는 김혜경씨의 DNA와 비교하면 김철준이 납북 한국인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껄끄러워 한다. 북한이 2004년 제공했던 요코다의 유골을 일본이 가짜로 감정하면서 북.일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민감한 북.일 현안에 한국인 납북자 문제까지 얽힐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대표는 "납북자들의 신원 확인은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가 나설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