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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불만파 "만찬 안 간다" 버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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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 긴급 조찬 모임에 참석한 정세균 당의장, 유선호·김영춘 의원(오른쪽부터) 등이 회의를 마친 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시민 의원의 장관 후보자 발표로 거의 폭발 지경에 갔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간 갈등이 5일 살짝 잠복했다. 열린우리당 쪽에서 충돌의 현장을 피했다. 현장에 서로 안 나타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갈등이 해소됐다곤 볼 수 없다. 양측의 갈등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상집행위원회와 상임고문단 긴급회동을 하고, 이날 저녁에 예정됐던 청와대 만찬회동의 연기를 요청했다. 실제 이유는 장관 후보자 발표에 유감을 표시했던 비상집행위원들이 청와대 만찬에 가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청 관계 악화를 우려한 지도부의 다른 사람들이 참석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새해 초부터 '이 빠진 만찬석상'을 연출하느니 차라리 연기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참석파 쪽에서 "원래 청와대 만찬은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국정 구상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불참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김영춘 의원은 "만찬을 연기하자"고 버텼다. 상임고문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문희상 전 의장이 "청와대 만찬은 차기 지도부 선출 뒤로 미루되 개각에 대해선 재론하지 말자"고 중재안을 내놨다. 일부 참석자들은 "각료 임명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여당이 여기에 끝까지 반발할 명분이 약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사과해야"=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불만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지난해 8월 대연정 발언이나 11월 창당 초심 발언 때도 결국엔 당이 밀리고 당.청 관계가 봉합되지 않았느냐"며 "당은 청와대의 들러리"라고 자조했다. 비상집행위원인 이호웅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각 문제로 불거진 당.청 갈등이 봉합되기는 어렵다"며 "이번 일을 통해 당.청의 상하관계가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당.청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개각 반대성명을 냈던 김영춘 의원은 "(개각 파동을 보면서) 당.청 관계의 재정립이 없는 한 당의 쇄신을 위한 어떤 노력도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힘들겠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면서 "2월 전당대회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을 비롯한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안영근 의원은 청와대 만찬 연기 결정이 나기 전에는 "어차피 대통령과 갈라서야 한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내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가 결정 뒤엔 "당.청 간 완전히 대등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톤을 조금 낮췄다. 김원웅 의원은 "당.청 간 의사소통 문제를 야기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당내 반발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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