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많이 쓴 병·의원 공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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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5일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참여연대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진료 선택권 보호를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스스로 어떻게 치료받을지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며 "정보 공개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2002~2004년 지역별, 요양기관 종류별, 소아과.이비인후과 등 의원별로 항생제를 많이 쓴 상위 4%, 적게 사용한 하위 4%의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신현호 변호사는 "감기 환자의 대부분은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는데 의료기관들이 남용해 온 게 사실"이라며 "명단이 공개되면 환자들이 항생제를 많이 처방한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항생제는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약으로, 남용될 경우 세균의 면역성을 키워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감기의 경우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세균 증식을 막는 항생제로는 효과가 없는데도 항생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분기 전국 병원과 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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