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휘어잡은 이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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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전5기(사전오기).
「모래밭의 신사」이준희(27·일양약품)는 특유의 무표정을 깨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4월 출범한 민속씨름 천하장사대회에서 만17개윌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감격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공격리듬을 한 템포 늦춰 역습을 노린게 적중한 셈이지요.』
새로 천하장사에 오른 이준희는 13일 손상주(23·영남대)와의 결승전에서 손이 파고들기의 명수인데다 손기술이 좋은 사실을 간파, 무리한 공격을 피했고 상대가 선제공격을 해오면 이를 역습, 되치기로 이어지는 연계기술을 편게 주효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준희는 민속씨름출범때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고 가장 인기를 끈 선수였으나 번번이 불운과 실수로 좌절, 씨름패들의 안타까움을 샀기때문에 첫승리의 뜻이 유별난것이다.
『실은 이만기가 결승에 오른것에 대비해왔던게 사실이예요. 이만기가 손상수에 어이없이 무너질줄은 몰랐지요. 아뭏든 저로서는 천만다행이랄까요. 다소 아쉽기는해요. 직접 설욕을 못했으니….』
이준희는 지난6월 제4회대회결승에서 이만기에 3-2로 패한후 스스로 독한(?) 결심을 먹고 하루5시간씩의 맹훈련을 쌓아왔다고 밝히고 『둘다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이번만은 어느때보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상 이준희는 5년후배인 손상수와는 각별한 사이여서 잘 알고있는 터였고 장사씨름대회에서만 3차례 격돌, 모두 승리한바 있다.
특히 이준희는 지난10일 한라장사대회때 이만기의 스피드가 크게 둔해져있음을 알고 우승을 확신했다고 전하면서 이만기와 결승에서 격돌했더라면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초반에 승부를 결판낼 복안이었다고 털어놓기도.
지난3개월동안 자신의 취약점이 하체의 불안정에 있다고 판단, 하체강화운동에 주력한 결과 중심이 크게 안정됐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키 1m88cm, 몸무게 1백14kg으로 균형잡힌 체격이다.
한영고·단국대·공동어시장을 거쳐 현재는 일양약품선수로 활약중.
별명은 부드러운 성격과는 달리 『독사』(눈이 날카롭다)로 통하며 경북 의성출신으로 이대선(63)씨의 2남1녀중 막내.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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