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 "평화의 새해 맞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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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8월 15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반정부 단체인 자유아체운동(GAM)이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맺은 평화협정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1976년 시작돼 1만5000여 명의 희생자를 냈던 아체 독립 유혈 투쟁은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이에 앞서 GAM 소속 반군들은 소지하고 있던 강력 화기 840점을 모두 정부 측에 반납했으며 조직도 완전 해체했다. 이에 따라 새해 쓰나미 피해 복구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유럽연합(EU)에서 파견된 240명의 모니터 요원들은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평화협정의 이행 실태를 감시하게 된다.

수파이딘 아디 사푸트라 아체 지역군 사령관은 "정부군 철수로 아체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두려움과 위험으로부터 해방됐다. 이제부터 영원한 평화가 깃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GAM의 이르완디 유서프 대표도 "평화의 불꽃이 타올랐으며 우리는 반드시 이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평화협정에서 GAM은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자치정부 구성을 요구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체 지역 인구는 410만 명이다.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는 4월에 있을 예정이며, GAM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자치정부는 아체지역 치안을 위해 1만4700명의 병력과 9100명의 경찰을 선발할 계획이다.

평화협정의 배후에는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1월 아티사리를 앞세운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은 아체 분쟁 중재를 요청받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GAM 사이를 수십 차례 오가며 평화협정을 일궈냈다.

협상은 2004년 말 쓰나미로 16만여 명의 주민들이 희생되면서 급진전됐다. GAM 지도부와 병력 상당수가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데다 재해 현장 복구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양측 군부 강경파의 반발도 있었지만 협상은 성공적이었다. GAM은 독립을 포기하되 자치권과 인권보호를 보장받았다. 또 일정 범위 안에서 중앙정치 참여도 허용됐다.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 교도인 아체 지역은 1945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했으나 51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 이후 76년 주민들이 GAM을 결성,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해 왔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군들의 독립투쟁을 무력으로 눌러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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