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자작극이냐 김선종 바꿔치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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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에서 복제개 '스너피'와 체세포를 제공한 '타이'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유전자 검사업체인 ㈜휴먼패스는 스너피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났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황우석 교수팀이 갖고 있던 줄기세포주가 모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인 것으로 29일 공식 확인됐다. 황 교수팀이 배양 초기에 냉동 보관해 놓았다는 줄기세포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황 교수 측은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 "김선종 연구원이 바꿔치기했다"=황 교수 측은 22일 검찰에 제출한 수사 요청서에서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막 만들어질 무렵 누군가가 미즈메디병원의 것으로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 측은 당시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황 교수팀과 함께 일하던 김선종 연구원을 바꿔치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검찰에 고소했다.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를 몰래 가져와 줄기세포로 만들기 위해 배양 중이던 황 교수팀의 세포 덩어리와 뒤섞었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서울대 연구실과 미즈메디병원 양쪽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김 연구원뿐이고▶바꿔치기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대부분이 미즈메디병원 측 관계자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것이며▶복제 배아에서 떼어낸 세포 덩어리를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작업은 김 연구원이 주로 맡았다는 점을 꼽았다.

◆ 바꿔치기의 동기는◆ =김 연구원의 바꿔치기 동기에 대해 황 교수팀의 한 측근은 권대기 배아줄기세포팀장의 말을 빌려 "김 연구원이 논문의 제2저자가 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즈메디병원 연구소 관계자는 "요즘 웬만한 논문도 제1 저자와 교신저자 정도만 알아주지 제2 저자는 별 의미가 없다"며 황 교수팀 논리를 반박했다.

◆ "황 교수 측의 자작극일 수도"=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더 나아가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 2월까지 미즈메디병원 연구소장이었던 윤 교수는 "황 교수팀의 서울대 연구원들이 배양훈련을 위해 4~5개월씩 미즈메디연구소에 와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가 황 교수팀에 유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들은 6개월마다 DNA 검사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상태를 점검한다"며 "그런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김 연구원이 6개월 만에 탄로날 짓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미즈메디병원 관계자도 "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난치병 치료인 이상 중간에 DNA 등이 이상하게 변하지 않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황 교수팀이 11월 이전까지 그런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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