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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아직도 의심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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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고윤화
기상청장

해묵은 논쟁거리 하나. 지구의 기후변화와 온난화는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진실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민간 경제정책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내놓은 연구결과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기후변화가 진행형이라는 근거만큼 그렇지 않다는 증거 또한 충분하다는 것, 게다가 기후변화가 실재한다 해도 염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원초적인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논란의 재점화에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본다. 이 제도는 이미 2008년에 정부가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8억 1000만t 중 2억4000만t을 감축하겠다는 의지로 사회적 동의를 얻어 시행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산업계의 일부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이 제도 시행이 기후변화 현상 자체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두 가지 관점에서 논란을 되짚어보자. 첫 번째는 기후변화에 대해 아직도 진위를 논해야 할 만큼 사회적 요구나 당위성이 충분한지의 여부다. 기후변화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11월 제 5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보고서를 승인하면서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근 지구 평균기온 상승,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 원인이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임을 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280ppm에서 400ppm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10년간(2000~2010) 매년 2.2%씩 증가하여 그 이전(1970~2000)의 연간 증가량 1.3%의 두 배에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명백히 드러난 수많은 피해 사례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진위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두 번째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나 실행 방안들이 산업 활동이나 경제성장에 그토록 반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기후변화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녹색성장과 관련된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자동차 보급과 같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근간으로 구축된 산업 활동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해 의심을 거두자.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기후변화를 산업 활동과 접목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상청에서는 정확한 관측과 분석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환경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기후변화의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실용적인 정책 구축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고윤화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