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가난해야 한다〃|원로 한경직 목사 기독교계 문제점을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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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산성허리의 무더운 한여름, 수목은 푸르른 노송의 그림자까지도 검푸른 바다빛 색깔로물들였다.
한국개신교를 대표해온 한경직(82)원로목사의 우거인 경기도광주 남한산성 중턱의 15평남깃한 블록주택은 물별 더위를 식힐 냉방은 커녕 선풍기 하나조차 없었다. 노목사는 9일 상오 오랜만에 기자들을 만나 거듭 지탄을 받아온 기독교계의 물량주의·신비주의·목회자의 윤리등에 대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기독교 1백주년기념 사업 및 행사를 이끄는 총지휘자 이기도한 그의 교계현실에 대한 안목은 1백주년 선교대회(15∼19일 서울 여의도광장)를 앞두고 더욱 날카롭게 번득였다.
-한국기독교 1백주년 선교대회의 근본의의와 궁극적 목표는 무엇 입니까?
△첫째는 한국교회가 1백년동안 받은 하느님의 은혜를 감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큰 결함인 분열을 반성,화해와 일치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 목표는「받는교회서 주는 교회로의 탈바꿈」과 함께 사랑의 실천운동을 적극화하는 한국교회 2세기의 진로정립이지요.
-교회의 물량주의와 지나친 신비주의등이 최근 많은 비판을 받고있는데…
△극히 일부의 교회가 물량주의·신비주의·대교회주의에 치우쳐 기독교 이미지를 흐리고있는것은 사실이지요. 이번 선교대회는 이같은 잘못된 교회진로가 바로 잡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읍니다.
-목회자의 윤리적 자세에서 특히 강조돼야 할 점은 어떤것들 입니까?
△돈과 여자와 검약에 수범을 보여야합니다. 그리고 예수의 삶을 따라 사는 목사라면 가난해야 합니다.
성경은『여우도 잠잘 굴이 있고 나는 새도 쉴 둥지가 있지만 그리스도는 머리둘 곳 이없다』고 가르치고 있지요. 일부 대도시교회목사의 호화스런 생활은 잘못된 일입니다.
-올바른 기독교 신앙의 자세는?
△지적요소(신학) 와 정적요소 (성령체험), 의지적요소(윤리척 실천)를 3위일체로 고루 갖추어 사는것이지요.
하느님의 도덕법칙 내용인 공의와 사람을 행하는 삶이야 말로 가장 값진 기독교신앙의 알갱이지요.
-선교2세기 역사를 이끌어 갈 바람직한 교회상은?
△첫째는 역사적·세계적 조류에 맞도록 이땅의 정치·경제·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갈 수있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불우한 사람을 받드는「사랑실천」의 교회가 돼야 하고요. 세째는 침묵의 북한교회에대한 전도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고질적인 한국교회 범폐의 하나인 바리새주의(이단시비)는 쉽게 극복될수 없는 것 인지요?
△바리새주의가 갖는 가장큰 결함은 중요한 원리원칙은 접어둔채 사소한 일에 집착,대를 잃고 소만 얻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행동은 따르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어요.
-최근 장로교(통합)가 조용기목사의 1백주년선교대회 설교강사선정과 관련해 이단문제를제기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장로교의 지난해 9월 총회결의는 조목사를 분명히「이단」으로 단죄한게 아니라「사이비」에 가깝다고 했어요. 조목사의 강사선정은 그의 현실적인 명성과 일치라는 차원에서 결정된걸로 압니다.
조목사가 장로교에 지적당한 문제점들을 시정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옴 으로써 문제가 풀렸지요.
-불교·유교등의 전통종교 와 기독교의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만 가졌지 기독인의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독교인의 수가 절대다수가 돼야 민주주의가 잘되고 나라가 더욱 발전한다는 생각은 있을수 있지만 다른 종교를 멸시하거나 적대시하는 일과 충돌은 절대 피해야합니다.
- 박조준 목사사건을 지켜보면서 느낀 심경은?
△박목사 사건은 한국교회가남긴 분명한 오점의 하나입니다.(노목사는 박목사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문제는 더이상 말하지 말자고 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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